
단위는 백만 달러(자료=한국은행)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채 투자를 나타내는 금융계정 부채성 증권(채권) 투자 내 일반정부 항목은 올해 7월 71억 650만달러를 기록, 전월 6억 3520만달러 대비 급증하며 올해 1월부터 7개월 연속 순투자를 이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금융계정에서의 채권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한은이 발행한 통안채는 3억 1100만달러 어치를, 예금취급기관인 은행이 발행한 금융채는 3억 6180만달러 어치 팔았지만 정부가 발행한 국채만큼은 순매수를 이어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에서의 금리인하 사이클 기대와 WGBI 수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이래 최장기 연속 순투자로, 앞서 외국인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기간이던 지난 2020년서 2022년 11월까지 35개월 연속 국채를 순투자한 바 있다. 당시 누적 순투자 규모는 775억 9360만달러에 달한다.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의 누적 국채 순투자 규모는 300억 970만달러로, 원화 기준 약 41조 7285억원 수준이다.
과거 최장기 순투자 시기와 마찬가지로 현재 시장 역시 외국인 국채 투자에 우호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코로나 펜데믹 당시 안전자산 수요 상승으로 전세계 채권시장이 강세를 이어갔었다”면서 “그때 우리나라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많이 오르면서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였는데 환율이 약해지다 보니 차익거래를 노린 외국인의 투자가 이어졌던 시기”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최근에도 유사한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높고, 원화 약세에 따른 차익거래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순투자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원·달러 환율은 원화의 상대적인 약세로 인해 1300원대 후반서 1400원 사이 고공비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내달 초 WGBI 반기 리뷰가 관건
내년 역대급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인 정부 입장에서도 이같은 해외 자금 유입의 지속이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는 총 232조원으로 올해 본예산(197조 6000억원)보다 34조 4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 중 재정 수입으로 충당되지 않는 ‘적자국채’는 올해보다 26조 2000억원 증가한 109조 9000억원으로 본예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내달 WGBI 반기 리뷰에 앞서 이달 중하순부터 글로벌 기관 서베이가 진행되는 만큼 기재부 역시 대비에 나섰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주 일본에 시장 설명을 위해 관계자들을 보낸 상황”이라고 했다.
우호적인 환경에서 외국인의 순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달 8일 WGBI 반기 리뷰에서 재차 편입 시기가 지연되면 시장의 수급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월 한번 연기됐던 만큼 이번 반기 리뷰에선 무난한 편입이 예상되지만, 재차 연기될 경우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 해외 헤지펀드 채권 운용역은 “지난해 연기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시장에서 다들 될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연기될 경우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국내 채권 운용역은 “무난한 편입이 예상된다”면서 “편입 이후 외국인의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시장의 수급 부담이 재차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WGBI 편입에 따른 신규자금 예상 유입규모는 약 560억~670억달러로 과거 최장기간 누적 순투자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는 “WGBI 추종자금은 2조 5000억~3조달러로 추정된다”면서 “한국 비중 2.22%를 감안한 자금 유입 규모는 560억~670억달러”라고 전망했다.
편입으로 인한 자금 유입 효과는 월평균 28억~5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수 편입이 12~18개월에 걸쳐 이뤄질 경우 월평균 약 28억~50억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지수 편입에 따른 국채시장 수요 확대는 채권가격 상승과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보유 장기화 등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9월 WGBI 편입 전단계인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등재, 지난해 10월 편입을 확정받았지만 올해 4월 FTSE러셀로부터 편입 시기 지연을 통보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