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AFP)
◇ 빡빡해지는 외환 수급에 WGBI 추종자금이 ‘숨통’
최근 국내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증가 추세와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증가 전망에 외환시장에서는 구조적으로 달러 매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국채지수(WGBI) 추종 해외 기관들의 국채 투자자금 유입이 달러 공급 요소로 작용하며 외환 수급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WGBI 편입으로 내년 국내 증시로 유입될 외국인 채권투자 규모가 총 75조원에서 최대 9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 계산하면 편입 예상 시점인 내년 4월부터 편입 완료 시점인 11월까지 8개월 동안 약 9조 4000억원~11조 3000억원의 외국인 신규 자금이 단계적으로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되는 셈이다.
이 같은 자금 유입은 그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됐던 외환시장 수급에 숨통을 틔우는 데 상당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개인과 기관의 해외 투자 증가로 구조적인 달러 매수 수요가 형성된 상황에서, WGBI 편입에 따른 해외 자금 유입은 외환시장 안정화에 긍정적 요소”라고 분석했다.
WGBI 편입의 효과는 단순한 자금 유입에 그치지 않는다. 국고채뿐만 아니라 국채 전반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식이 개선된 점도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임인혁 한은 경제통계1국 국외투자동계팀장은 “WGBI 편입으로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인식이 개선됐다”며 “최근 외국인 국내 증권 투자 흐름을 보면 (지수 추종에 따른) 장기물뿐 아니라 단기물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정부 지출확대·유럽재정리스크·대미투자 등 변수
국내 채권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경기 부양과 신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확장 재정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국채 공급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 우려도 존재한다. 재정 지출 확대로 국채 발행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장기 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주춤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 예산안 기준으로 국채 순발행 예상 규모는 약 115조원 정도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확장 재정정책 기조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재정 적자 확대 이슈의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는 올해 49.1%에서 내년엔 51.6%로 증가한다”며 “주요국에 비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낮지만, 향후 올라가는 속도는 가파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입이 환율 안정화와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채권시장의 글로벌 위상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보면서도, 우리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과 유럽 재정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장기 금리 동향 등 다양한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한미 양국 간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 대한 후속 협의 과정 역시 큰 변수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체결된 미·일 투자협정을 감안할 때 한국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1170억달러(약 163조원)를 미국에 투자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원화 약세와 국고채 과잉 공급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