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10억’ 철회에…다른 세법안도 '흔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9월 16일, 오전 05:00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상장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한 세법 개정안(대주주 10억안)이 전면 백지화됐다. 정부가 지난 7월 31일 개정안을 발표한 지 46일 만이다. 이에 따라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한다.

다만 관가 안팎에서는 이번 대주주 10억안 철회로 또 다른 세법개정안도 줄줄이 변경되며 정책 신뢰도와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국민적 열망 고려, 현행 50억 유지 결정”

15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추석 민생안정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함께 대주주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여당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11일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도 근본적으로 (대주주 기준 10억원) 생각에 변화가 없다”면서도 “주식시장은 심리로 움직이는데 주식시장 활성화는 새정부 산업, 경제정책의 핵심인데 이것 때문에 장애를 받게 될 정도면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무산된 배경으로는 구 부총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발언 논란과 코스피의 박스권 정체로 상승 동력이 약화되고 투자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구 부총리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과세 정상화와 자본시장 활성화 필요성 사이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했단 뜻으로 읽힌다.

기재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 펀드를 조성하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을 지원하는 등 자본시장 발전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들을 지속 추진하고,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가 안팎에선 이번 ‘대주주 10억원’ 기준 철회로 다른 세법안까지 줄줄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최고세율 35%’인 배당소득 분리과세안도 주식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세율 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세수에 큰 결손이 없으면서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목표”라며 “입법·시행 과정에서 필요하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도 손볼 듯

앞서 기재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지방소득세 포함 38.5%)로 설정하고, 적용 대상 기업을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금이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증가한 곳으로 제한했다.

이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최고세율 25% 안보다 10%포인트 높아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투자업계에선 적용 요건이 엄격하고 세율도 높아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금융사 수익에 매기는 교육세를 2배로 높이는 세법개정안도 논란이다. 정부가 1조원을 초과하는 금융사 수익에 부과하는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로 올리려는 개정안을 내놓자 증권 업계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19일 “은행·보험의 외환·파생상품 거래는 손익을 통산해 과세표준이 정해지지만 증권사의 유가증권 거래는 손실이 반영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의 ‘교육세 과세 체계 개선 관련 세법 개정 건의서’를 기재부에 제출했다.

이번 대주주 10억안 철회와 관련해 단기적인 시장 심리와는 별개로 기업 경쟁력 제고와 세제 지원에 따른 재원 확보라는 구조적 과제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볼 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이 맞는 것인데, 대주주 10억 기준 강화안에 따른 ‘코스피 5000’ 기대 심리가 꺾이면서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기존 세법안을 강행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시는 장기적으로 기업 실적이나 펀더멘털이 결정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연구개발(R&D) 투자, 세제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 결국 세수가 필요하다”며 “큰 틀에서 밸류업을 생각한다면 쉽게 조세 정의를 저버려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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