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킹 사각지대' 中企…비싼 보험료에 가입 주저

경제

이데일리,

2025년 9월 16일, 오후 07:50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최근 해킹 공격이 급증하면서 사이버보안 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와 관련한 피해 보상 등을 위한 사이버보험 계약건수는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의 사이버보험료가 5년 새 27% 가까이 치솟았다. 해킹 공격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보험료 부담 탓에 보험가입을 꺼려 ‘보장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공제회 가입이나 준비금 적립으로만 해킹 공격 피해를 복구하기엔 턱없이 모자라 중기 보험가입을 도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6일 이데일리가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사이버보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이버보험료(16개 손해보험사 보유 계약 보험료 기준)는 지난 2020년 520억원에서 지난해 658억원으로 2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유 계약 건수는 2만 1794건에서 2만 2599건으로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유계약건수 증가세는 둔화했음에도 보유계약 보험료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건당 가입보험료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마다 보험료가 다르긴 하지만 건당 평균 약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대기업 가입 사례가 있어 평균 보험료가 올랐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중소기업이 가입하기란 비용부담이 크다. 그간 보험료 인상이 가팔랐던 이유는 해킹 공격 등 사이버 범죄 증가 때문이다. 피해가 확산하면서 피해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늘었고 그중 랜섬웨어 침해사고의 93%가 중소·중견기업에서 발생했다. 대기업과 비교해 보안 투자 여력이 부족한 만큼 피해 규모는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권순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기업의 해킹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약 5000만원 수준의 준비금으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재보험료도 사이버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수 보험사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재보험사에 출재하고 있지만 사이버 피해 확산으로 재보험료가 함께 오르고 있다. 문제는 재보험사가 보험인수를 꺼리면서 보험료가 더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 SGI서울보증은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사흘간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피해규모는 아직 집계 전이지만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T는 최근 발생한 소액 결제 해킹으로 1억 7000만원의 피해를 봤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피해규모에도 중소기업은 보험가입에 소극적이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중소기업 1001곳을 대상으로 보험 미가입 사유를 조사한 결과 ‘사고·피해 가능성을 낮게 평가’가 24.9%로 가장 많았고, ‘보험료 부담’이 23.7%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보험의 ‘의무보험화 확대’를 통해 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현정 의원은 “의무보험과 민간보험은 보험료와 보장 범위가 천차만별이다”며 “현재 의무보험은 보험금 지급 사례가 많지 않을 정도로 관리가 미흡하고, 민간보험은 일부 기업 중심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사이버보험 시장이 양질의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의무보험의 기능을 확대하고 민간보험과의 기능을 명확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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