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6만명 규모의 청년 신규 채용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같은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요 부품사업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은 바이오 산업 △핵심 기술로 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 등에 집중해 채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청년 채용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올해 8월 19일 대통령실에서 미국 순방에 앞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대미 투자와 별개로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관련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2020년 경제계 간담회 당시 “제일 중요한 것은 고용 창출”이라며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JY “청년 채용 직접 챙기겠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에 대한 부담 속에서도 국내 투자와 채용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국내 직원 수는 꾸준히 늘어 2019년 말 약 10만5000명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약 12만9000명으로 23%가량 늘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특히 삼성이 지난 1957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공채 제도는 인력 선발과 교육에 대규모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공채를 유지하는 것은 공정한 기회와 안정적인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하려는 공익적인 목적이 더 크다고 삼성 측은 전했다. 진로 선택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공채에 대한 취업 준비생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현재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19개 계열사들이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취업에 필요한 실무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대학생 인턴십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다”며 “인턴십을 통해 검증된 우수 인력은 적극 채용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은 직접 채용 이외에 사회적 난제인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취업 청년들에게 양질의 소프트웨어(SW)·AI 전문 교육을 제공해 취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SSAFY’(삼성청년SW·AI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수료생이 8000여명에 달한다. 이외에 △자립준비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희망디딤돌2.0’ △연간 30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사업지원금(최대 1억원), 전용 업무공간 등을 제공하는 ‘C랩 아웃사이드’ 등도 있다.
◇SK·현대차·LG 등도 청년 채용
삼성 외에 다른 기업들도 일제히 일자리 창출에 나서기로 했다. SK는 올해 12월까지 상반기 규모에 버금가는 4000여명을 신규 채용해 총 8000여명을 뽑기로 했다. SK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AI, 반도체, 디지털전환(DT) 등의 강화에 함께 할 국내외 이공계 인재들이 주요 대상이다.
SK하이닉스는 다음달 1일까지 하반기(7~12월)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아울러 SK 계열사들은 지난달 기공한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등의 확대에 발맞춰 사업 분야별로 인재를 뽑을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청년 인재를 제때 확보하는 게 지속가능한 기업의 토대”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총 7200명을 신규 채용하고 내년에는 청년 채용 규모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 미래 신사업을이 그 중심이다. LG그룹은 3년간 1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 중 신입의 경우 7000명 수준이다.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 사업의 채용을 늘리는 동시에 배터리, 전장, 냉난방공조 등 B2B 주력 사업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연간 신규 채용 3000명) △한화(하반기 신규 채용 3500명) △HD현대(5년간 신규 채용 1만명) 등 다른 주요 그룹들도 인력 확보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