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서울 서초구 한국벤처투자에서 열린 ‘AI·딥테크 유니콘 육성을 위한 벤처투자 정책과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논의의 중심이 된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는 국내 유망 벤처·스타트업이 창업 단계에서 스케일업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대규모 집중 투자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스타트업 펀드’와 ‘스케일업 펀드’를 총 61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쿠팡이 750억원을 출자한 스케일업 펀드는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
스타트업계에서는 그간 창업기업 기준을 벗어난 후 대·중견기업으로 가기까지 투자나 지원 공백이 발생한다고 아쉬움을 표해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대·중견기업의 첨단기술산업 투자에 집중한다면 모태펀드는 유망 기업 발굴은 물론 그간 투자 공백이 발생한다고 지적됐던 ‘스케일업’ 분야에 초점을 맞춘다. 중기부는 스케일업 펀드를 통해 스타트업 지원과 대·중견기업 지원 사이의 성장 사다리를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모험 자본이 필요한 딥테크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한다.
집중 투자할 스타트업을 선정할 때 매출, 학력 등 대신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봐달라는 얘기가 스타트업계에서 나왔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박사만이 이 펀드의 수혜자가 아니었으면 한다”며 “청년들도 믿어주고 열정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도 “이 기술은 최근에 저희가 논문 발표하기 전까지는 학교에서조차도 발표된 적 없는 기술이었다”며 “정부나 기관에서 기획한 과제에 참여하려면 기존의 기준이 있는 기술이 주가 되다 보니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의 (민간) 투자를 받고 검증된 기업이라면 국가의 R&D 지원이나 대출 프로그램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출자한 펀드도 더 모험적인 투자를 해야 혁신 기업을 키워낼 수 있다는 뜻이다.
서현우 토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정부의 과감한 스케일업 투자가 중요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기업당 대규모 금액을 투입하는 만큼 기업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일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윤 대표는 “(기업당 약 1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기업에 기회이지만 100억원 이상 받을 수 있는 체력을 갖춘 회사가 일단 많이 나오게 하는 것도 과제”라고 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스타트업이) 정부 과제에서 떨어졌는데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는 얘기도 듣는다.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이 완전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기술의) 가능성을 심사위원들이 알기 어려운 것 같다”며 “시급하게 관계부처와 이야기 나누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