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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국물 모습. 삼양1963은 붉은 국물에 대파가 떠오르며, 신라면 블랙은 묵직한 국물 색감이 특징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삼양1963은 지난 3일 출시 직후부터 주목받고 있는 제품이다. 이름처럼 1963년 선보였던 국내 최초 인스턴트 라면 ‘삼양라면’의 풍미를 현대적으로 복원하겠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가장 큰 특징은 1989년 ‘우지(牛脂) 파동’ 이후 사실상 사라졌던 소기름을 다시 면 튀김 공정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30여년 만에 봉인을 풀고 ‘진짜 라면의 향’을 다시 끌어내겠다는 삼양식품의 의지가 담겼다.
신라면 블랙은 지난 2011년 등장한 농심의 대표 프리미엄 라면이다. 기존 신라면의 매운맛에 우골(소뼈)에서 우려낸 육수를 더해 설렁탕식 국물의 깊이를 구현했다. 제품명에 ‘블랙’을 붙인 건 한국식 고기국물의 영양과 풍미를 강조한 고급 라면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프리미엄 라벨을 상징하는 네이밍 전략이다. 출시 이후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오랫동안 정통 강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면과 구성품 비교. 삼양1963은 우지를 더해 튀긴 면과 심플한 구성, 신라면 블랙은 전통 유탕면과 다양한 스프팩이 돋보인다. (사진=한전진 기자)
가장 큰 차이는 국물이다. 삼양1963은 부드러운 국물에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짧고 강하게 스친다. 지방 점성이 심하지 않고, 여운도 비교적 가볍고 깔끔하다. 반면 신라면 블랙은 첫입부터 묵직한 육향이 깔리고, 기름 특유 둥근 매운맛이 천천히 퍼진다. 마치 삼양1963은 사리곰탕에 청양고추를 썰어 넣은 듯한 맛이라면, 신라면 블랙은 소고기를 풍성하게 우려낸 설렁탕에 가까운 구성이다.
면발에서도 신라면 블랙 쪽이 좀 더 안정적이다. 삼양1963은 우지에서 비롯된 풍미가 인상적이지만, 끓인 뒤에는 후첨 스프에 덮여버려 존재감이 약해진다. 면발도 탄력이 크지 않고, 굵기도 조금 더 두꺼운 편이다. 반면 신라면 블랙은 꼬들함이 오래 유지되며 국물과의 균형도 좋다.
스프 구성 비교. 삼양은 액상· 후첨&후레이크 2종, 농심은 전첨·후첨·건더기 3종으로 차별화된다. (사진=한전진 기자)
결론적으로 농심 신라면 블랙 쪽이 보편적인 입맛 기준에선 우위였다. 출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맛의 균형과 완성도가 충분히 다듬어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반면 삼양1963은 이제 막 출시된 신제품으로, 평가를 받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우지라는 금단(?)의 재료를 꺼내든 만큼,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렬한 맛으로 풀어냈다면 콘셉트에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성장 가능성 측면에선 삼양1963이 앞선다. 무엇보다 우지라는 강력한 서사를 지니고 있다. 우지 파동이라는 긴 설움의 시간을 견뎌냈다는 스토리는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하다. 국내 라면 개발 경쟁이 극한까지 다다라 새로운 카테고리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지 라면이라는 장르를 다시 만들어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이번 삼양1963보다 앞으로 후속작의 맛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두 프리미엄 라면의 패키지 디자인. 삼양식품 ‘삼양1963’(왼쪽)과 농심 ‘신라면 블랙’(오른쪽). (사진=한전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