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해 학계, 전문가 해법이 많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번 주 ‘에너지와 미래’ 연재에서는 다른 해법을 전하려고 합니다. 실제로 어민·농민·주민들을 만나 직접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관계자들의 해법입니다. 뻔한 이야기가 아닌 현장의 민낯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취재 내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는데요, 이 얘기를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지금 당장 풍력발전, 태양광이 1~2년이면 (건설)되는데 그걸 대대적으로 건설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국장은 “이대로 가면 보조금 문제 때문에 주민 간 싸움이 일어난다”며 “‘지역민에게 돈을 주면 끝’이라는 생각을 할 게 아니라 공감대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농촌은 주민 간 싸움이 나도 내일은 마을회관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공동체 사회”라며 “공동체 특수성을 봐야 한다. 공감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실증단지부터 만든 뒤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무리한 속도전이 우려되는 것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우호적 시각 못지않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기 때문입니다. 농촌 현장 곳곳을 다녀본 박진희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현장에 가보니 태양광 전반에 대한 안 좋은 시각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박 대표는 “‘영농형 태양광이 들어오면 농촌에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게 아니냐’, ‘수도권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우리 지역을 전력 식민지화 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들었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잘못된 데이터가 확산되면서 잘못된 인식이 공고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실제 겪을 수 있는 ‘경제적인 피해’ 우려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임차농들이 농촌 태양광을 반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농촌 태양광은 농지 전용이기 때문에 땅을 가진 지주들은 혜택을 보게 됩니다. 반면 그 땅을 임차해서 농사를 짓고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들은 피해를 보게 됩니다. 농사를 지을 땅이 부족해지고 임차료는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해달라고 하면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자료=박진희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월평마을에 K-ESTEEM을 적용해 마을 총회를 했습니다.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었어요. 월평마을 부지가 간척지였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간척지에 설치하는 영농형 태양광 설비의 기둥이 다른 부지에 설치되는 기둥과 형태가 달라야 한다고 의견을 먼저 제시했습니다. 또한 주민들은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면서 재생에너지 마을로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고요.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긍정적인 수용성 강화 얘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K-ESTEEM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이던 지난 5월5일 경기 여주시 구양리 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대표적으로 2가지 모델이 있습니다. 첫째는 ‘햇빛소득’ 마을로 불리는 경기도 여주 구양리 마을 모델입니다. 이곳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방문했고 지난 9월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언급했던 모델입니다. 구양리 마을 모델은 태양광 수익의 일정 지분을 지역 주민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특징은 주민들이 처음부터 직접 참여해 수익도 함께 나누는 공동체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햇빛·바람연금’ 모델인 전남 신안군입니다. 여주 구양리 마을이 재생에너지 사업 수익을 마을 복지 사업을 통해 나누는 모델인 반면, 신안군은 수익을 개인 연금처럼 직접 통장에 꽂아주는 방식입니다. 신안군은 2021년 태양광 사업에서 나온 수익을 ‘햇빛 연금’ 형식으로 주민에게 최초 지급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신안군 자은면에서 전국 최초로 해상풍력 사업에서 나온 수익을 ‘바람 연금’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은 전력망 과부하 문제를 다룬 그림이다. 오른쪽은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Variable Renewable Energy·VRE) 확대 수준에 따른 계통(전력망) 불안정, 과부하가 증가하는 정도를 예상한 그림이다. (사진=문승일 한국에너지공대 석학교수)
강희환 파주시청 에너지과 RE100지원팀 주무관은 “재생에너지를 하고 싶어도 전라도는 계통이 막혀서 할 수 없다”며 “서울·수도권으로 가는 전력이 많기 때문에 송전망이 막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 주무관은 “전라도에서 생산한 전기를 계통 선로가 없어 전라도에서도 제때 쓸 수 없다는 게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해 박해청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탄소중립정책과 과장은 계통 문제와 전기요금 문제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과장은 “지산지소(地産地消) 개념으로 농촌 태양광에서 만든 전기를 농촌에서 쓰고 파는 구조가 되면 좋을 것 같아 산업부·기후부와 계통 관련 협의 중인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박 과장은 “농촌 태양광으로 만들어진 전기는 1kWh당 약 150원인데 현행 농사용 전기는 (할인을 받아) 약 67원”이라며 “농촌 태양광이 아닌 기존에 쓰던 대로 농사용 전기를 쓰려고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택용·산업용·농사용 등으로 나뉜 현행 전기요금 체계·수준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맞물려 있는 셈입니다.
관련해 알리 이자디(Ali Izadi) 블룸버그 NEF 아시아 태평양 대표가 지난 14일 에너지미래포럼 강연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해 언급한 대목은 생각해볼 대목이 많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대표이사(에너지미래포럼 사무총장)가 “왜 한국이 해외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나”고 묻자 그는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에너지 정책 문제 △시장을 반영하지 않는 값싼 전기요금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한국의 공기업의 임원진들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바뀌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성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공기업뿐만아니라 민간 투자자들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투자 결정의 어려움을 느낍니다.…그리고 한국은 에너지 판매 가격이 실제 생산 가격을 반영하고 있지 않아 에너지 정책을 세우는 게 어렵습니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굉장히 에너지 비용이 저렴합니다. 소비자들은 ‘무슨 소리야’라고 하겠지만 누군가는 이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한전)이 채권을 발행해서 수조원의 적자를 메우고 금융을 조달하는 현 구조가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에너지와 미래=에너지 이슈 이면을 분석하고 국민을 위한 미래 에너지 정책을 모색해 봅니다. 매주 연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