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AP 매입 사상 최대…'엑시노스' 사활 걸었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1월 16일, 오후 07:07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1~3분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구매비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핵심 부품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퀄컴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퀄컴 의존도’ 높아진 삼성 스마트폰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매입액은 10조927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조7051억원)과 비교하면 25.5% 급증했다.

완제품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전체 원재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6.6%에서 올해 19.1%로 확 높아졌다. 비중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 측은 “DX부문의 주요 원재료인 모바일AP 솔루션 가격이 전년 연간 평균 대비 약 9% 상승했다”고 전했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통상 스마트폰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도가 크다. 모바일 AP 가격이 추가로 뛸 경우 모바일 사업을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판매 가격을 더 올리거나 영업이익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약진으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가격 인상보다는 손해 감수 쪽으로 기우는 추세라고 산업계 인사들은 전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부담이 커진 것은 퀄컴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 7’ 등 전략 스마트폰에 퀄컴의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을 탑재했다. 올해 초 삼성 갤럭시S 25에는 여러 기술적인 문제로 엑시노스를 넣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퀄컴이 스냅드래곤 가격을 더 올리면서 매입비가 늘어난 것이다. IT업계 한 인사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시장 선도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라며 “퀄컴도 예외는 아니다”고 했다.

◇‘환율 뉴노멀’ 모바일AP 구매비 급증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 여파 역시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AP를 퀄컴, 미디어텍 등으로부터 달러화로 사들이는데,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매입액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줄곧 1400원대를 훌쩍 넘으면서, 산업계 전반의 원재료 조달 비용 부담이 커졌다.

(사진=삼성전자)


상황이 이렇자 삼성 엑시노스의 반등이 더 절실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엑시노스 경쟁력을 높여야 DX부문의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엑시노스를 개발하는 반도체(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의 SoC사업팀을 아예 DX부문 MX사업부로 옮겨 모바일 사업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진단까지 제기돼 왔다.

아울러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와 위탁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사업부도 엑시노스 반등을 통해 수율 등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다. 실제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하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6 시리즈에 최신 엑시노스 2600을 탑재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내년 AI 승자독식 현상으로 모바일 AP 가격은 추가로 오를 게 유력하다. 게다가 환율 뉴노멀로 이제는 1400~1500원대를 전제로 사업계획을 짜야 한다”며 “삼성 모바일 AP 사업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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