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NIF 이어 QTMP까지…현대로템, 호주 공략 성공 비결 두가지

경제

뉴스1,

2025년 12월 02일, 오후 12:47

지난달 25일 호주 브리즈번에 위치한 현대로템의 QTMP 목업 전시 현장(현대로템 제공) 2025.12.2/뉴스1 © News1 박종홍 기자
열차가 도착하자 문이 열리기 전 갭 필러가 먼저 작동했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틈을 완벽히 메워줘 발이 빠질 염려가 없었고 휠체어도 손쉽게 승하차가 가능했다
지난달 25일 방문한 호주 브리즈번에 위치한 현대로템 QTMP 목업 전시 현장의 한 장면이다. 현대로템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호주 철도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비결을 고스란히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6년시드니 NIF 2층 전동차 사업에 이어 호주QTMP(Queensland Train Manufacturing Program) 수주에 성공했다. NIF 전동차는현지 장애인 교통접근성 기준(DSAPT)을 최초로 100% 충족한 철도 차량이다.QTMP 열차는 이보다 더 나아가 '완벽한 접근성'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TMP는호주 퀸즐랜드 주정부가 브리즈번 시를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철도 운송 수요를 충족하고, 지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대형 전동차 공급 프로젝트다. 총 사업 규모가 1조2000억 원에 달하고 현대로템이 현지 철도업체 다우너(Downer)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동차 제작사로 선정됐다. 오는 2026년부터 철도 차량 납품이 시작될 예정이다.

갭필러·ELC로 플랫폼 틈새·단차 해결…"풀리 액세서빌리티 구현"
현장에서 만난 허신규 현대로템 호주지사 책임연구원은 "가장 신경 많이 쓴 부분은 갭 필러"라고 밝혔다. 갭 필러는 전동차 출입문과 플랫폼 사이 틈새를 채워주는 발판으로 호주에서 최초로 도입될 예정이다. 역사에 도착하면 전동차 하단의 갭 필러가 플랫폼을 터치할 때까지 나오는 식으로 작동한다.

허 책임은 "문이 열린 후에 갭 필러가 나가면 이미 늦으니 동시에, 혹은 문보다 빨리 나가게 구현할 예정"이라며 "최대 300㎏ 무게까지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호주 브리즈번에 위치한 현대로템 창고에 전시된 QTMP 전동차 목업에서 갭 필러가 작동하는 모습 2025.12.2/뉴스1 © News1 박종홍 기자

목업에는 구현하지 않았지만 실제 납품할 QTMP 차량에는 전자식 높이 조절장치(ELC)도 탑재할 예정이다. 차량 하부의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차량의 높이를 플랫폼과 맞게 조절하는 기능이다.

호주에는 100년 이상 노후한 역사도 많아 같은 역사의 플랫폼 안에서도 단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열차 한 칸마다 설치된 ELC를 통해 차량의 높이를 조절하면 플랫폼과 차량의 바닥 높이를 맞춰 휠체어 이용자 등의 탑승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외에도 휠체어 통행을 위해 객실 좌석을 한 줄에 3석만 배치하고 복도를 넓힌 점이 눈에 띄었다. 2층이라 곳곳에 계단이 있어 휠체어 이동이 불가능한 NIF는 한 줄에 4석의 좌석을 배치했다. 넓은 화장실과 출입문, 낮게 설치한 긴급 호출 버튼 등 NIF에 적용된 설계 역시 대부분 반영됐다.

허 책임은 "풀 액세서빌리티(full accessiblity·완전한 접근성)를 위해 휠체어가 끝에서 끝으로 다닐 수 있게끔 통로 폭을 많이 넓혔고 휠체어석도 별도로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호주 브리즈번에 위치한 현대로템 창고에 전시된 QTMP 전동차 목업에 구현된 휠체어 지정석 2025.12.2/뉴스1 © News1 박종홍 기자

40여 곳 이해관계자가 설계 참여…"2주에 한 번씩 현지인 피드백"
QTMP 목업을 제작한 이유는 장애인이나 자전거 이용자, 기관사 등 각종 이해관계자가 제작될 전동차를 미리 체험,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현대로템은 NIF 설계 당시에도 목업을 활용했다.

QTMP에는 정부 관계자와 시행청, 시민단체까지 40여 곳의 이해관계자의 각종 요구사항이 반영될 예정이다. 허 책임은 "현지인들과 2주에 한 번씩 피드백을 주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객실 뿐 아니라 전동차 운전실도 기관사들의 참여를 통해 설계를 변경했다. 기관사가 앉았을 때 정면에 있던 에어컨 송풍구는 눈이 아프다는 의견을 반영해 천장으로 올렸다.

마찬가지로 정면에 있던 CCTV 모니터가 기관사의 시야를 제한할 수 있다는 피드백도 수용해 모니터 위치를 기관사 좌석 뒤쪽으로 배치했다. 기관사 외에도 한 명의 승무원이 추가로 배치되기 때문에 승객 안전을 점검하는 데에도 지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드니 NIF에 이어 퀸즐랜드 QTMP까지 최근 10년 내 대형 사업을 연달아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철저히 반영하려는 노력 덕분이다. 현대로템은 시드니 NIF 성공을 토대로 올해 초 모로코 2층 전동차 사업도 수주했다.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 철도 박람회 '오스레일 플러스 2025' 참석 차 호주를 방문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호주 추가 사업에 계속 입찰할 예정"이라며 "K-트레인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

지난달 25일 호주 브리즈번에 위치한 현대로템 창고에 위치한 QTMP 전동차 목업에 전시된 패널. 장애인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목업을 체험해보는 모습이 담겼다. 2025.12.2/뉴스1 © News1 박종홍 기자

협력사 동반 진출로 생태계 확장
현대로템은 QTMP 사업에 30년 간 협력해 온 진양테크와 함께 진출했다. 국내 철도 산업계를 발판으로 해외 수주에 성공한 만큼 동반 진출, 동반 성장을 통해 K-철도의 역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브리즈번 인근 소도시 메리보로에는 현대로템이 소유하지만 진양테크가 운영하는 차체단품 공장(CCF)이 위치해 있었다.

공장 내부에선 진양테크 작업자들이 차체 천장과 바닥에 쓰일 강판을 롤러로 가공하는 롤 포밍 공정을 수행하고 있었다. 가공된 강판을 용접을 통해 이어 붙이는 공정도 진행됐다. 이를 통해 생산된 가로 15m, 세로 2.5m의 강판은 인근에 있는 토반리 공장으로 옮겨져 차체 생산에 쓰인다.

같은 날 공장에서 만난 이승호 현대로템 책임매니저는 "호주에서 전동차 롤 포밍 공장은 최초"라며 "국내 인원 24명, 현지인 24명으로 시작, 한국 사람이 1~2명씩 빠져나가면서 현지화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박휘섭 진양테크 생산기술팀 차장은 "이번 사업은 철도 차량을 설계하고 완성할 능력이 돼야 하는데 저희는 그렇지 않다 보니 현대로템을 통해 진출할 수 있었다"며 "QTMP 납품이 끝나면 포밍 기술을 요하는 현지 건설 자재 쪽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호주 메리보로에 위치한 현대로템의 롤 포밍 공장 내부(현대로템 제공) 2025.12.2/뉴스1 © News1 박종홍 기자

지난달 25일 호주 메리보로에 위치한 현대로템의 롤 포밍 공장 외관(현대로템 제공) 2025.12.2/뉴스1 © News1 박종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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