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이롱 환자 이제 그만, 車보험 정상화 시급하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2월 08일, 오후 07:20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진료비 중 약 30%가 과잉 진료로 의심된다. 이들의 1인당 진료비는 과잉 진료가 의심되지 않는 환자들의 3.7배다. 시속 0.2~9.4㎞의 저속으로 충돌한 사고의 경우 탑승자가 받는 충격이 놀이공원 ‘범퍼카’와 유사하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그럼에도 일부 경상 환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평균 24일을 입원하는 게 현주소다. 이 같은 과잉 진료는 결국 선량한 다른 보험 가입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된다.

논의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현재 구조는 가벼운 사고에도 곧바로 ‘인적 손해’, 즉 ‘다친 사람이 있다’고 추정한다. 사고 사실이 진단과 치료, 보험금 청구로 이어진다. 이면에는 병원의 얄팍한 계산도 한몫한다. 물론 실제 통증을 겪는 사람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지금은 증명보다 관행이 앞서는 구조다.

이 고질적 악순환을 끊으려면 범퍼만 긁혔거나, 에어백도 터지지 않는 작은 사고에서는 원칙적으로 인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실제로 영국이 경미한 목 상해에 대해 아예 ‘정액 배상’ 기준을 만들고 의학적 증거 없는 합의를 금지한 것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작은 사고를 악용한 소액 청구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미 사고 구간에서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다룰수록 오히려 큰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보상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미 사고 문제를 바로 잡는 일이 진짜 피해자를 더 온전히 보호하는 길이라는 뜻이다.

관건은 제도와 인식의 동시 개선이다. 법령에서 경미 사고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동시에 경미 사고 내에선 ‘인적 손해 없음’이 기본값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처럼 보험사가 ‘손해 없음’을 입증하는 구조가 아니라 피해를 주장하는 측이 손해를 입증하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또 한방을 포함한 수가·심사 체계를 손봐 과잉 청구 유인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일부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다간 제도 전체가 흔들린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먼저 말하지 않는 문제를 이제는 정면으로 다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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