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래객 1850만 '역대 최대'…관광수지 적자는 '제자리'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2월 24일, 오전 08:29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진행된 ‘사상 최대 외래 관광객 1850만 명 입국’ 기념 행사에 참석한 귀빈들과 1850만 번째로 입국한 외래 관광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
[이데일리 이선우·김명상 기자] 올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연말까지 남은 방한 수요를 포함하면 올해 외래 관광객은 사상 최대인 187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전 최대였던 2019년 1750만 명을 7%가량 웃도는 수치다.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찬반 시위 등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한 외래 관광객은 전년(1637만 명) 대비 14% 이상 증가했다. 방한 외래 관광객이 1800만 명을 넘어선 건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국제 항공편 운항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국제선 운항 편수는 49만 9845편으로, 2019년 연간 실적(49만 7091편)을 웃돌았다. 지난해까지 방한 외래 관광객과 국제선 운항 회복률은 각각 94%, 97%에 그쳤다.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23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열린 역대 최대 외래 관광객 유치 기념식에서 “역대 최대 방한 외래 관광객 돌파는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이 ‘언젠가 가야 할 나라’에서 ‘지금 당장 가고 싶은 나라’로 바뀐 결과이자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주·유럽 방한 수요 급증…고환율 효과도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연도별 외래 관광객·해외 여행객 수
방한 수요 증가는 미주와 유럽, 대양주, 아프리카 시장이 주도했다. 미국, 캐나다 등 미주 지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45%가 넘는 급증세를 보인 가운데 호주와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대양주와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30~40%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미국인 방한 관광객은 10월까지 12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2% 증가한 데 이어 연말까지 지난해 기록(132만 명) 경신이 확실시되고 있다.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서도 방한 수요가 최대 2.8배 증가했다. 지난달까지 한국과 미주를 운항하는 국제 항공편도 2019년 대비 38% 이상 늘어난 4만 2900여 편으로 늘었다.

유럽 지역도 방한객이 119만 명으로 20% 이상 늘었다. 폴란드와 튀르키예는 방한객 수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영국과 독일도 팬데믹 이전 대비 50%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미주, 유럽 등 원거리 지역에서 방한 수요가 증가한 이유는 한국 여행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내내 달러와 유로 대비 원화 가치 하락(원화 약세)으로 이전보다 비용 부담이 줄면서 한국 여행의 가성비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2019년 평균 1167원에서 1422원으로 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유로 환율도 23% 이상 올랐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여행 지출 규모가 큰 미주·유럽 관광객일수록 환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비용에 대한 체감 정도가 커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컬처’의 인기도 방한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공개 두 달 만인 8월 누적 시청 횟수 3억 뷰를 돌파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정국 불안으로 까먹은 상반기 방한 수요를 만회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올 상반기 계속된 탄핵 찬반 시위로 증가세가 8%대까지 곤두박질쳤던 방한 수요는 케데헌 공개 한 달 만인 7월 20%대 증가세를 회복하며 반등했다.

◇해외 여행도 증가, 관광 지출도 늘어

23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52회 관광의 날 기념식에서 사상 최대 외래관광객 유치를 기념하는 축하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모습 (사진=문체부)
외래 관광객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관광수지는 여전히 적자 폭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고환율 부담에도 해외 여행 수요가 늘면서 관광 지출이 줄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2869만 명) 역대 최대인 2019년 2871만 명에 초근접한 해외 여행객은 올해 월평균 3%가 넘는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런 추세면 올해 사상 첫 2900만 명 돌파도 가능한 상황이다.

방한 관광객에 이어 해외 여행객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관광수지 적자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85억달러(12.6조원)이던 관광수지 적자 규모는 매년 불어나 지난해 100억달러(14.8조원)를 넘어섰다.

방한 관광 증가세가 해외 여행 수요보다 5배 가까이 높은데도 관광수지 적자가 줄지 않는 건 수입보다 지출이 더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관광 수입’인 방한 외래 관광객 1인당 지출(1008달러)은 올해 전년보다 20달러가 늘었지만, ‘관광 지출’인 해외 여행객의 1인당 지출은 70달러(1011달러)가 늘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선 외래 관광객 1인당 지출은 177달러가 줄고, 국내에서 나간 해외 여행객의 1인당 지출은 단 8달러가 줄었다. 올해 방한 외래 관광객과 해외 여행객 격차가 2019년과 비슷한 1000만여 명 수준인데도 15억달러(2.2조원)가 넘는 적자 확대가 예상되는 이유다.

관광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방한 외래객 수 확대보다 체류 기간과 소비 구조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김대관 경희대 교수는 “2030년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목표 기준 체류 기간을 하루만 늘려도 10조 원 이상의 관광수입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체류 기간을 늘리려면 권역 또는 지역 단위로 숙박과 레저, 체험 인프라를 결합한 복합 관광단지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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