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으로 살린 ‘가맹택시’…배회수수료 금지법에 지역본부까지 흔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2월 28일, 오후 08:0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정부가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던 가맹택시 모델이 민간의 상생 합의로 되살아나 본격 운영에 들어간 지 1년도 채 안 돼, 입법 규제로 다시 경영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가맹택시 업계는 이른바 ‘택시 배회영업(길에서 손님 태우기) 수수료 부과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정안은 가맹택시가 배회영업을 하거나 타사 호출 앱을 통해 승객을 태운 경우, 가맹본부가 받는 가맹료 일부를 감액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한 법안이지만, 시행될 경우 이제 막 안착하기 시작한 ‘지역참여형 택시 가맹본부’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참여형 택시 가맹본부는 2023년 12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상생 합의에 따라 출범했다. 각 지역별로 분권화된 가맹서비스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는 IT 기술개발 및 지원에 집중하고, 지역별 사업자는 현장 노하우로 택시 서비스 품질 제고에 집중하는 사업 구조다.

수수료율을 2.8% 수준으로 낮춘 지역참여형 가맹 상품을 내세워 2024년 4월 9개 업체를 선정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지난 4월 국토교통부의 가맹 허가를 받아 본격 운행에 들어갔다. 현재 ‘KMS 네모택시’까지 포함해 총 13개 지역참여형 택시 가맹본부가 있다.

모 지역에서 A사를 운영 중인 B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상생 모델로 출범한 지역 가맹본부들은 규모가 영세하지만, 법적으로는 가맹 사업자라는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와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된다”고 규제에 우려를 표했다.

B대표는 가맹택시 규제가 시행되면 매출은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배회영업 비중이 약 20%인데, 기사들이 고의로 콜을 끄고 영업하면 매출 타격은 최대 40~50%에 달할 것”이라며 “사업 유지가 힘든 수준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호출 기반의 택시 문화도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0년간 모빌리티 플랫폼 정착으로 승객 편의와 기사 영업 효율은 크게 개선됐다. 카카오 T 택시 기준 전체 평균 탑승 성공률은 2015년 77%에서 올해 5월 94%로 증가했으며, 배차 소요 시간은 2015년 19.87초에서 올해 상반기 6.6초로 약 67% 감소했다.

B대표는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연말이나 출퇴근길 피크 시간대에 의도적으로 앱을 끄고 영업하는 기사가 늘어날 것”이라며 “과거처럼 목적지에 따라 눈치를 보거나 승차거부를 당하는 등 ‘승객이 을이 되는 시대’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가맹 택시 업계는 ‘타다 사태’의 전례를 따르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에 대해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며 제동을 건 상황에서 국회가 사법부의 최종 판단 전에 규제를 확정해버리는 ‘입법 과속’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과거 실패했던 가맹택시 모델을 민간이 상생의 요구에 맞춰 자생적으로 되살려 놓은 게 지역참여형 택시 가맹본부”라며, “이제 막 사업을 안착하려는 단계인데, 충분한 유예나 검토 없이 룰을 바꿔 민간 사업자가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플랫폼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수료를 사적 계약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고 교수는 배회 수수료 부과 금지법을 ‘과도한 디테일 규제’로 규정하며,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한 현장 관리 비용을 도외시한 채 수수료 구조를 법으로 획일화하는 것은 모빌리티 산업의 창의성을 억제하고 결국 고객에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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