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쇼크 속…소재사들도 초비상

경제

이데일리,

2025년 12월 28일, 오후 03:00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전기차 수요 둔화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수조원대 계약을 줄줄이 해지하면서 배터리 소재업체들의 사업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올해 전년 대비 실적을 개선하며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업황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리튬인산철(LFP) 소재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양극재 및 음극재 업체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946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간신히 적자를 면했던 전년(7억원) 대비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된 수치다.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도 올해 1225억원의 이익을 내 전년(-341억원) 대비 흑자 전환이 확실시된다.

포스코퓨처엠 포항 양극재 공장.(사진=포스코퓨처엠.)
그러나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악화로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셀 제조업체들이 기존 전략을 대폭 수정키로 하면서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던 K-배터리는 직격탄을 맞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7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진행하기로 한 9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26일에는 미국 배터리팩 제조업체인 FBPS와 맺은 3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해지키로 했다. 열흘 만에 무려 13조5000억에 달하는 계약이 날아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동시에 대규모 자산 유동화 전략도 펼쳤다.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 공장을 혼다 미국 법인에 4조2211억원에 넘긴다고 24일 공시했다. 이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가 합작한 곳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매각 대금을 운영 및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SK온 역시 포드와의 합작 법인 체제를 정리하며 북미 전기차 사업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11일 포드와 만든 미국 합작 법인 ‘블루오벌SK’를 해체하기로 했다. 테네시주 공장은 SK온이, 켄터키주 공장은 포드가 각자 독립 운영할 계획이다. 그동안 전기차 밸류체인 성공 방식으로 여겨졌던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업체의 합작 모델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현상) 장기화를 버티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에서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더 큰 타격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분리막 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아예 2021년 수립했던 중장기 성장 계획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5년간 총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집행한 투자금은 2조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영업이익 목표도 1조4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액만 1706억원에 달한다.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도 올해 적자 폭을 5587억원에서 2200억원 수준으로 줄이긴 했지만, 언제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동박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전년 대비 적자 폭이 두 배 늘어난 1391억원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ESS 시장 공략으로 불황을 돌파한다는 계획이지만, 결국 전기차 시장 업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큰 기대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ESS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버티기 위한 전략”이라며 “결국 전기차 시장이 다시 확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