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캐즘에 수십조원 공중분해 K배터리…믿을 건 ESS·LFP

경제

뉴스1,

2026년 1월 01일, 오후 03:12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국내 배터리 업계가 수십조 원 규모의 수주 증발과 합작 관계 와해라는 전례 없는 악재 속에 새해를 맞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철회 여파로 전기차 판매가 반토막 나면서 핵심 고객사의 이탈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선 배터리 업계는 인공지능(AI) 시대 부상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와 가성비를 앞세운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탈출구로 삼고 총력전에 돌입했다.

LG엔솔, 전기차 배터리 계약 '13.5조' 증발…SK온, 美포드 합작생산 청산 '각자도생'

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배터리사들은 전기차용 니켈·코발트·망간(NCM) 공급 계약이 무산되거나 공급 물량을 채우지 못한 채 계약이 만료됐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미국 포드에 내년 1월부터 2032년 12월까지 9조 6000억 원 규모의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던 계약이 해지됐다. 해당 배터리는 포드의 유럽 내 전기 상용 밴 '이-트랜짓'(E-Transit) 후속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었지만, 포드가 차세대 상용 전기 밴 개발을 포기함에 따라 없던 일이 됐다.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배터리파워시스템(FBPS)과 체결한 4조 원 상당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도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공급 완료한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약 3조 9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해지했다. 해당 배터리 모듈은 당초 2031년 12월까지 FBPS의 미국 미사간주(州) 공장에서 조립돼 북미 시장에 판매되는 대형 버스, 전기트럭에 탑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FBPS가 배터리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관련 계약도 물거품이 됐다.

SK온은 미국 포드와의 합작 생산관계를 청산한다. 2022년 설립한 현지 합작법인 블루오벌 SK를 통해 미국 테네시와 켄터키에 배터리 공장을 공동 소유해 왔는데 올해 1분기 중으로 SK온이 테네시 공장을, 포드가 켄터키 공장을 각각 소유하는 형태로 바뀐다. SK온으로선 조지아 공장에 이어 미국 내 두 번째 독자 배터리 공장을 갖게 됐지만, 줄어든 포드 물량만큼 다른 고객사로부터 신규 물량을 추가로 유치해야 한다.

포스코퓨처엠(003670)은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07억 달러(약 13조 7600억 원) 상당의 전기차용 하이 니켈 양극재를 미국 제널러모터스(GM)에 공급하기로 계약했지만, 실제 공급한 물량은 80% 하락한 20억 달러(약 2조 8100억 원)에 그쳤다.

엘앤에프(066970)는 미국 테슬라에 지난해 1년간 3조 8000억 원 상당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했으나, 실제 공급한 물량은 973만 원에 불과했다. SKC(011790)는 양극재 사업 진출을 철회하고 기존 동박 사업과 신규 음극재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영국 던턴의 포드 기술센터에서 포드의 전기 상용 밴 'E-트랜짓'(E-transit)이 주행하는 모습(자료사진). 2023.01.13. ©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


美 전기차 점유율, 작년 하반기 10.3→5.2%…ESS 라인 구축, 전기차용 LFP 양산 추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철회가 악재를 몰고 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개정, 지난해 9월 30일을 끝으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100만 원)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을 7년 앞당겨 조기 중단했다. 이는 현지 전기차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지난해 9월 10.3%로 최고였던 미국 신차 시장 내 전기차 점유율이 같은해 4분기 5.2%까지 하락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 중 처음으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해 온 미시간 공장 일부를 ESS 생산 라인으로 신속히 전환해 양산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겼다. 지난해 11월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소재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으며 국내 충북 오창 공장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ESS용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SDI(006400)는 지난해 10월 미국 인디애나주 소재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에서 ESS용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생산에 돌입했다. 또한 올해 4분기 가동을 목표로 ESS용 LFP 배터리 라인 전환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 말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연간 30GWh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SK온은 올해 하반기부터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 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 라인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올해 가동을 앞둔 테네시 공장도 독자 공장이 된 만큼 ESS용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ESS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산업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미국 내 ESS 누적 설치량이 2023년 19기가와트(GW) 규모에서 2035년 250GW로 1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당수는 LFP 배터리가 들어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ESS 시장 내 LFP 배터리 점유율은 80%에 달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기존 삼원계(NCM·NCA) 위주에서 벗어나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로 대응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지난해 7월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프랑스 르노그룹으로부터 수주하며 올해부터 생산에 돌입한다. 삼성SDII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고객사와 관련 수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SK온은 기존 NCM 배터리에서 니켈 함량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인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는 모습(자료사진. LG에너지솔루션 제공).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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