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대한제분 밀가루 제품의 모습. 2023.7.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설탕·밀가루에 이어 전분당까지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하면서 공정위 칼끝이 식품 원재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사 대상이 확대되자 식품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돼지고기·밀가루에 이어 전분당에 대해서도 담합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전분당은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한 물엿·올리고당·과당 등을 아우르는 감미료로 음료·제과·제빵·유제품 등 가공식품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국내 전분당 시장은 대상·삼양·사조CPK·제일제당 등 4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공정위 담합 혐의 조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설탕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공정위 시선이 감미료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설탕 가격 논란 국면에서 전분당이 대체·보완재로 활용되는 만큼 감미료 전반의 가격 형성과 거래 관행을 함께 점검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조사 범위가 확장되자 관련 기업들의 부담도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설탕 가격 담합이 이미 적발된 상황에서 기업들로서는 추가 입장 표명이나 해명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섣부른 대응이 자칫 변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기업들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일부에서는 물가 상승의 책임을 기업 담합으로만 한정하는 접근에 대한 문제 제기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밀 가격 급등과 이른바 '빵플레이션'을 둘러싸고 국산 밀 산업 육성 부진과 같은 요인들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밀 자급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국제 곡물 가격·환율·물류비 변동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발생한 가격 변동을 단순 가격 담합으로 판단하는 것은 사안의 복합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한 업계에서는 담합 조사 확대 및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경우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재료 가격 결정 과정 전반이 위축되면서 정상적인 원가 반영이나 거래 협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물가 상승의 원인을 가격 담합 여부로만 한정하지 말고 보다 넓은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식품 원재료 가격 인상에 대한 조사가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시장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산 밀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계약 재배 확대나 사용 비중 확대 등 기업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적 노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밀 가격 상승의 원인을 기업 책임으로만 한정하는 접근에 대해서는 업계로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