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2025.8.1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0%로 상향 조정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공지능(AI) 특수에 올라탄 반도체의 수출 기여도가 확대되는 가운데, 그간 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며 '트리플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수출 호조가 내수로 전이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치를 뛰어넘는 2%대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9일 재정경제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전망치(1.8%)보다 0.2%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1.8%,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의 1.9%와 비교해도 상회하는 수치다.
정부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1.8%로 전망했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 효과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내수 부문의 부진 위험이 일부 완화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이미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당초 전망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성장률 상향의 가장 핵심적인 배경으로 꼽았다. 여기에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하방 위험이 완화되며 성장률 하단을 제약하던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수출·소비·건설이 동시에 개선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성장 경로가 보다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관람객들이 반도체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반도체 효과 예상 상회…수출 성장 기여도 상향 반영
반도체는 정부가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회복 국면에 진입한 반도체 업황이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개선되면서, 수출 증가율 자체뿐 아니라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가 당초 전망을 웃돌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7097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1734억 달러로 전년 대비 22.2% 증가하며 전체 수출의 약 24%를 차지했다. 단일 품목 기준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의 상당 부분을 견인했다.
통관 기준 수출 증가율은 2025년 1분기 -2.3%에서 2분기 2.1%, 3분기 6.5%로 개선됐고, 10월 3.5%, 11월 8.7%, 12월 1~20일 기준 6.8%를 기록했다. 수출 물량 증가율도 1분기 -1.6%에서 2분기 5.6%, 3분기 9.5%로 확대되며 반도체 중심의 물량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망도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 가트너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D램 매출 전망을 1356억 달러로 제시하며 전년 대비 증가율을 48.0%로 상향했고, 올해 매출 전망치는 2361억 달러로 직전 전망보다 774억 달러 높였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역시 2025년 글로벌 D램 매출을 1426억 달러로 상향 제시하며 전년 대비 증가율을 50.3%로 전망했고, 2026년 매출은 2070억 달러, 증가율은 45.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도 예상보다 가파르다. 서버용 메모리 가격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며 과거 사이클 고점을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고,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추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올해 반도체 매출 증가율 전망이 40~70%까지 확대됐다"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판단해 성장률 전망에 추가 반영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2025.10.28/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민간소비 하방 위험 완화…1%대 후반 증가율 기대
민간소비는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며 성장률 전망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4년 말 급격히 위축됐던 소비 심리는 이후 점진적인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24년 12월 88.2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반등하며 지난해 5월 102로 기준선(100)을 회복했다.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가 12월에는 109.9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웃돌면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기대 심리가 낙관적임을 의미한다.
기업심리지수도 개선됐다. 기업심리지수는 2024년 12월 87.3에서 2025년 12월 93.7로 상승하며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실질구매력 개선과 심리 회복이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차관은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 1%대 초반에서 올해 1%대 후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비 심리 회복이 성장률 하단을 끌어내리던 요인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 News1 안은나 기자
건설투자 하락 폭 축소…성장률 하단 제약 요인 완화
그동안 성장률을 제약해왔던 건설 부문도 하락 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건설투자 증가율이 2024년 -3.3%, 2025년 -8.7%를 기록한 뒤 올해는 2.6%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역시 지난해 건설투자 감소 폭을 -8~9%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건설투자는 토목 인프라를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0.6% 증가하며 5분기 만에 증가 전환했다. 정부는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전년보다 2조 원 이상 늘린 27조 5000억 원으로 편성해 공공 부문의 하방 위험을 완화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도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의 수주 실적은 48조 7000억 원으로 전년(27조 8700억 원) 대비 74% 증가했다. 정부는 건설투자의 하락 압력이 완화될 경우 성장률 하단을 제약하던 요인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차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확대되는 가운데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하방 위험이 완화되면 성장률 상단을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며 "경제성장전략의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2%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