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엔 해외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 문을 활짝 연다. 한국 국민이 국내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미국 주식을 편리하게 매매하듯, ‘글로벌 동학개미’ 역시 자국 스마트폰으로 국내 주식을 손쉽게 살 수 있게 된다. 정부는 9일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이런 내용의 외환·자본시장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6년 경제성장전략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재정경제부)
오는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연장 운영된다. 현재 외환시장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만 운영돼, 시차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가 외환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하면 외국인의 외환 거래가 자유로워져 원화 수요가 늘어나고, 원화값(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축소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이 해외에서 원화 결제가 가능하도록 ‘역외 원화결제 기관’(가칭) 제도도 새로 마련된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계좌를 두고 원화를 직접 운용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은 원화 거래와 보유, 조달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오는 9월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인프라가 구축되면 삼성전자(005930)나 SK하이닉스(000660) 같은 국내 기업이 미국 뉴욕 등 해외에서 원화표시 채권을 발행할 길이 열리게 된다. 지금도 우리 정부에 신고하면 해외에서 원화 채권을 발행할 수 있지만 발행에 나서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 해외에서 원화 채권을 사려면 원화를 들고 있어야 하는데 원화 사용처가 없다시피 해 원화 수요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원화 결제가 늘어나고 원화 수요가 증가하면 앞으로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원화를 조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기업의 환 위험이 줄어 환 헤지 비용 축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여기에 원화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올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론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도 자국 증권사 MTS로 국내주식 매매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 사용되는 ‘외국인 통합계좌’ 규제가 이달 중 대폭 풀린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외국인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권사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국내 주식 매매가 가능한 일종의 위탁 주문 계좌를 말한다.
세계 어느 나라든 자국 주식시장엔 자국 금융회사만 들어올 수 있게 자격을 제한하고, 해외 금융회사는 자국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자국 주식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하고 있다. 한국 국민이 미국 증권사 계좌를 만들지 않고 국내 증권사 MTS로 손쉽게 미국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건, 국내 증권사가 미국 증권사에 주식 매매 주문을 위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국내 증권사와 미국 증권사가 보유한 계좌가 외국인 통합계좌다.
한국 정부도 2017년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를 도입했으나 계좌 개설 자격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어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투자할 길이 없었다. 현행 규정상 국내 금융투자업자 계열사 또는 대주주인 해외 증권사에만 통합계좌 개설을 허용해, 사실상 해외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만 통합계좌를 만들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해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이 규제를 완화했으나 이달 중 규정 자체를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증권사가 국내 증권사와 위탁 계약을 맺어 외국인 통합계좌를 보다 손쉽게 개설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것이다. 해외 개인투자자는 해외 증권사를 통해 국내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이른바 ‘글로벌 동학개미’ 유입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시장접근성 높여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목표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외환·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MSCI 선진국지수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참고하는 핵심 지표다. 한국이 이 지수에 편입되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금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나아갈 발판이 생기는 셈이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선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한국은 경제발전 단계·시장규모 및 유동성 기준은 채웠지만 ‘시장접근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편입에 실패했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방과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이다. 시장접근성을 대폭 개선해 국내 자본시장 매력도를 높여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환시장 개방 외에도 외국법인 실명확인 절차 개선, 공매도 규제 합리화, 영문 정보공시 개선, 한국물 파생상품 접근성 제고, 선진 배당절차 확산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과제별 세부방안을 구체화하고, 해외 투자자가 개선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게 홍보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