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거친 택시'보다 낫다…美서 타본 현대차 무인 '모범택시'[르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12일, 오후 06:53

[라스베이거스=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차로 남동쪽으로 약 20여분쯤 달리다, 해리 리드 국제공항 남단에 들어서면 약 3400평 부지의 지상 3층 높이 건물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플랫폼 자회사 ‘모셔널(Motional)’의 첨단 연구시설 ‘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 센터’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6’ 개막 3일차인 8일(현지시간) 찾은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는 올해 말로 예정된 로보(무인)택시 상용화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를 국내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현대 ‘아이오닉 5’ 로보택시로 라스베이거스 시내 14km 구간을 왕복 약 40여분 간 동승했다.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주행하는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사진=현대차그룹)
테슬라 자율주행 ‘FSD’ 국내 서비스 개시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너무 뒤처져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그룹 자율주행 사업의 또 다른 한 축인 ‘포티투닷’ 대표가 물러난 후 차기 대표 선임이 늦어지면서 모셔널에 대한 주목도가 그만큼 높아졌다. 모셔널이 미국에서 아이오닉 5 무인택시를 실험 중이라는 소식은 들려왔지만 그 실체를 확인할 기회는 없었다.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 정문 앞으로 아이오닉 5가 나타났다. 국내에선 택시로 익숙한 아이오닉 5이지만 모습이 많이 달랐다. 지붕과 양쪽 바퀴 위,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에 생소한 장비들을 달고 있었다. 자율주행 장·단거리 라이더(LiDAR)와 카메라 장치들이다. 이 차량은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서 제작돼 미국으로 넘어왔다. 차량 뒷문에 적힌 ‘모셔널’ 한글이 현대차그룹의 작품임을 실감케 했다.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주행하는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사진=현대차그룹)
운전석에는 모셔널 직원이 탑승했고 기자는 뒷좌석에 앉았다. 안전벨트를 메고 뒷좌석 눈앞에 비치된 모니터에 ‘운행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떴다. ‘OK’를 누르자 주행을 시작했다. 해리 리드 국제공항과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남단 사이에 자리한 이 지역은 도심 상업지구와 관광 중심지로 빠르게 연결되는 교차점과 가깝다. 공항 접근 도로와 주요 간선도로가 맞물려 있어 교통 흐름이 많은 곳이다.

센터 앞 도로인 ‘이스트 파일럿 로드’로 진입하기 위해 우회전 대기를 했다. 자율주행차를 처음 타 보는 상태에서 왼쪽에서 다른 차량들이 달려오고 있는 터라 긴장감에 안전벨트를 손에 쥐게 됐다. 아이오닉 5는 선행 차량을 보내고 안정적으로 끝차선에서 1차선으로 진입했다.

직선 구간인 라스베이거스 프리웨이에서 아이오닉 5는 빨간불에 섰다가 파란불에 움직이는 동작을 능숙하게 수행했다. 운전석에 앉은 모셔널 직원은 스티어링 휠(일명 ‘핸들’)에 양손 엄지손가락을 대고 있었는데 불시 상황 발생 시 개입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혹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완전히 떼어 줄 수 있나요?”라고 물으니 “오브 코스(of course)”라며 손을 뗐다. ‘완전 핸즈 프리’ 상태로 아이오닉 5의 스티어링 휠은 ‘타운 스퀘어’ 쪽으로 진입하기 위해 왼쪽으로 빙빙 돌았다.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주행 (영상=정병묵 기자)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주행 (영상=정병묵 기자)
타운 스퀘어는 대형 쇼핑몰 밀집 지역으로 주차장을 오가는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이 뒤섞인 곳이다. 해당 구역을 한 바퀴 돈 뒤 S자 곡선 구간에 들어서자 아이오닉 5의 스티어링 휠이 다급하게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돌았다. 우회전을 돌자 마자 2차선에 대형 트럭이 서 있었는데 트럭을 피해 왼쪽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 1차선으로 진입, 신호대기 정지했다.

뒷좌석에 LCD 모니터에는 아이오닉 5의 장·단거리 라이더(LiDAR)와 카메라 장비가 측정한 주변 환경이 한 눈에 펼쳐졌다. 앞차, 옆차, 건너편 차선의 차량은 물론, 자전거, 보행자까지 무인택시가 주변을 인식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주행 중 뒷좌석의 모니터에 각종 센서가 감지한 주변 교통 상황이 제시되는 모습 (사진=정병묵 기자)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주행 (영상=정병묵 기자)
CES의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리면서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복잡한 구간인 만달레이 베이 호텔 부근에 진입했다. 관광객과 셔틀 차량이 오가는 차로를 지나 아이오닉 5는 호텔 로비 앞 공유 서비스 차량의 전용 드롭 오프(drop-off) 존까지 부드럽게 진입했다. 만달레이 베이를 무사히 빠져 나온 차량이 센터로 복귀하려는 순간 2차선과 인도 사이 도로에 갑자기 자전거 한 대가 역주행하며 다가왔다. 안전벨트가 어깨를 압박할 정도의 급제동이 있었다. 급작스런 상황에 다소 놀랐지만 자전거가 지나가자 아이오닉 5는 주변 안전이 확인된 뒤 다시 움직였다. 주행 시작 때와 달리, 주변을 신경 쓰지 않으며 그간 온 스마트폰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복귀했다.

다만 만달레이 베이 호텔 진입로에 있는 과속방지턱을 넘는데 차가 제법 덜컹거렸다. 라스베이거스 지역 ‘매핑(mapping·지도 데이터 수집)’을 진행했을 터인데, 과속방지턱 반영이 안 된 것으로 보였다. 또 응급상황이 아님에도 출발과 정지 시 급가속, 급감속으로 차량이 급격히 꿀렁거린다는 느낌을 이따금 받았다.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때문일 수도 있는데, 결론은 한국에서 거칠게 운전하는 택시기사가 모는 아이오닉 5보다는 편안한 탑승이었다.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주행하는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사진=현대차그룹)
운행을 마치고 운영 차고로 돌아온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별도의 정비 라인으로 이동하지 않고, 각 차량이 주차된 자리에서 바로 점검에 들어갔다. 엔지니어들은 차량의 트렁크를 연 채 노트북과 진단 장비를 연결하고 센서 상태와 소프트웨어 로그를 확인한다. 데이브 슈웽키(Dave Schwanky) 모셔널 소프트웨어 담당 부사장은 “하루 평균 대당 수 테라바이트(TB) 수준의 주행 데이터를 생성하는데, 데이터의 누락이나 이상이 곧바로 주행 판단에 영향을 준다”며 “때문에 정비 과정에서도 기계적 요소보다 데이터 이상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고 말했다.

운영 차고 한쪽에는 자율주행 차량의 센서 정확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룸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로보택시에 장착된 카메라·라이다·레이더 센서의 인식 정합을 정밀하게 점검하고 보정한다. 엔지니어들은 차량을 지정된 위치에 정차시킨 뒤, 정규 패턴과 환경을 기준으로 센서 오차를 조정한다. 발라지 칸난(Balajee Kannan) 모셔널 자율주행 담당 부사장은 “도심 주행에서는 작은 인식 오차가 전혀 다른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기적인 캘리브레이션은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모셔널 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 센터에 주차돼 있는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사진=정병묵 기자)
현대 ‘아이오닉 5’ 모셔널 로보택시의 자율주행 핵심 장비들. (왼쪽부터)장거리 라이더(LiDAR), 카메라, 단거리 라이더 및 카메라, 에어 디스트리뷰터 (사진=정병묵 기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장거리 라이더 및 카메라 (사진=현대차그룹)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에어 디스트리뷰터(사진=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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