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
지난해 6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파월 의장은 연준 본관 건물의 대규모 개보수 프로젝트를 둘러싼 예산 집행의 적정성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자 “이 사업이 몇년에 걸쳐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관리됐다”고 증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불만을 품은 이후 백악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공사 비용 초과와 고가 건축 문제를 부각해왔다.
이에 파월 의장은 “전례 없는 이번 조치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박이라는 더 넓은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며 “작년 6월 제 증언이나 연준 건물 개보수는 명분에 불과하며, 이번 위협의 본질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가 아니라 공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기준에 따라 금리를 결정했다는 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12일 오후 2시44분 현재 가상자산시장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1.8% 가까이 상승하며 9만2070달러선까지 뛰었다. 이더리움도 2% 이상 상승하며 315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미 쉬 액시스 공동창업주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 법적 절차는 거시 환경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했다”면서 “중앙은행 자율성에 대한 도전은, 법적·정치적 분쟁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중립적 자산이라는 비트코인의 내러티브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또 “향후 통화정책이 행정부 차원의 소송·수사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에 대비해 비트코인을 헤지 수단으로 보는 기관 자금도 유입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실제 같은 시간 비트코인 외에도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과 은 가격도 각각 2%, 5% 정도 상승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워싱턴 D.C. 연방검사장(미 컬럼비아특별구 연방검사)인 지닌 피로가 지휘하고 있는데, 피로 검사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명 인사라는 점에서 민주당 진영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인사로 상원 은행위원회 소식인 톰 틸리스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은 이번 조치를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비판하면서,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차기 의장 공석 문제를 포함해 모든 연준 인선을 막겠다고 말했다. 또 “이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연준이 아니라, 법무부의 독립성과 신뢰성”이라고도 했다.
퀸 톰슨 레커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트럼프의 ‘연준과의 전쟁’ 격화는, 파월이 의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이사회에서 물러나지 않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인다”며 “그들이 원하는 건 파월을 괴롭혀서 결국 물러나게 만드는 것이며 이번 충돌이 중앙은행 리더십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중장기적으로도 비트코인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팀 선 해시키그룹 수석연구원은 “법무부 사건이 성공할 경우 극도로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행정부 권한과 사법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의 통화정책 선호에 따르지 않는 중앙은행 의장을 처벌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선 수석연구원은 연준의 독립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시나리오는 달러시스템의 기반을 직접 흔드는 일이며, 달러와 미 국채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약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정치적 개입 가능성이 가격결정 모델에 ‘상시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내재화되면서, 조작이 어려운 탈중앙·비주권(non-sovereign) 자산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고 봤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이 급등보다는 변동성 확대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선 수석연구원은 “당장엔 비트코인이 달러에 연동돼 움직일 것”이라며 “금리 기대가 고정되지 못한 채 흔들리면서 수익률곡선이 왜곡되고, 초기에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모든 위험자산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이 이번 재평가를 마치고 나면, 비트코인은 내러티브 차원에서 기관투자자들의 헤지 수단으로 점진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투자자들이 정치적 개입 위험에 대한 ‘영구적 위험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그는 “만약 연준이 대통령의 하위 기관이 되어 달러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거나 금리 기대를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면, 비트코인은 실제로 ‘역사적 순간’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