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조 정책금융 가동…이억원 “산은·기은·신보, 중복 줄이고 협업하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13일, 오후 03:17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축인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이 향후 5년간 수백조 원 규모의 자금 공급 계획을 제시하며 역할 재정립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들 3개 기관을 향해 “중복을 줄이고 협업 시너지를 분명히 하라”며 실행력과 차별화를 동시에 주문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위원회 제공)
13일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한국산업은행은 최우선 과제로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적 운영을 제시했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국민성장펀드는 금융위를 중심으로 한 핵심 경제정책”이라며 “산은은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축적된 산업·기업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신속한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민간 금융권과 협력해 첨단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100조원을 공급하고, 첫해인 올해는 30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산은 자체로 25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 프로그램’을 조성해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산업은행은 또 인공지능(AI) 등 첨단 미래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5년간 100조원 규모의 혁신성장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90조원의 특별대출과 10조원 규모의 자체 펀드를 통해 유니콘 기업 육성을 지원한다. 지역 균형성장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산은은 5년간 75조원 규모의 지역 우대 특별상품을 운영하고, 항만 인프라와 지역 특화 펀드를 통해 동남권 등 비수도권 산업 도약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2035년까지 330조원 규모의 녹색금융을 공급해 석유화학 재편, 기후테크,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자금 공급 계획을 제시했다. 김형일 기업은행장 직무대행은 “2030년까지 5년간 300조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며 “이 중 250조원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분야에 집중 배분하고, 첨단 혁신 창업과 벤처 투자 인프라에도 20조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은행은 첨단전략산업과 인프라 금융에 18조8000억 원을 지원하는 한편, 취약계층을 위한 징검다리론과 채무조정 등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해 66조 원의 자본 공급과 3조5000억 원 규모의 모험자본 지원 계획도 내놨다.

신용보증기금은 보증을 통한 정책금융 역할을 강조했다. 최원목 신보 이사장은 “올해 보증 총량을 전년보다 9000억원 늘리고, 중점 정책공급은 2조원 확대했다”며 “AI 산업 육성과 관세 조치 대응, 해외 진출 기업 지원에 금융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금융 비용 절감과 유동화 보증 확대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질의응답에서 이억원 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의 실행력을 집중 점검했다. 그는 산업은행에 대해 “올해 목표인 30조원 집행이 가능한지, 초과수요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물었다. 박상진 회장은 “확정된 투자 수요만 150조원에 달한다”며 “산업계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고, 현재 7개 메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미 집행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제는 자금 조달보다 프로젝트 선별과 산업·미래를 보는 선구안이 중요하다”며 조직 전체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기관 간 협업과 중복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위원장은 기업은행에 대해 “국민성장펀드에서 산은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협력할 것인지”를 물었고, 김형일 직무대행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여신과 에너지·인프라 투자에 특화해 산은과 역할이 겹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금융과 관련해서도 이 위원장은 “인구 대비 금융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자금이 실제로 흘러가도록 보다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증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보증이 장기화·만연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졸업과 징검다리 역할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최원목 이사장은 “한계기업은 줄이되 성장 정체 기업은 돕고, 첨단·지역 기반 산업은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공공성과 수익성 균형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김형일 직무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지속하려면 일정 수준의 수익성은 필수지만, 위기 시에는 시중은행과 달리 안전판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정책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시스템적으로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억원 위원장 “산업은행·기업은행·신보는 중복 영역이 있는 만큼 정기적인 협의체를 만들어 아이디어와 정책 방향을 공유하라”며 “협업을 통해 생산적 금융의 효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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