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경쟁, 상용화 속도 더 중요…내수 실증 플랫폼 구축해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13일, 오후 03:29

[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반도체 경쟁은 기술 고도화보다 상용화 속도가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범용 메모리는 표준이 정해져 있어 원가 경쟁이 핵심이었지만 AI칩은 고객사 맞춤형 중심이기 때문에, 먼저 시장에 진입해 실제 쓰이는 게 승부처라는 것이다. AI칩 상용화와 시장 진입 경험이 부족한 후발 주자인 한국은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라는 평가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가 13일 국회 인공지능(AI) 포럼 초청강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13일 국회 AI 포럼 초청강연에서 “AI 반도체는 표준 제품을 만들어 파는 시장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설계해 쓰이는 시장”이라며 “기술 경쟁을 넘어 시장 진입 경쟁의 단계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안 전무는 “지난해 기준 한국 반도체 수출은 1744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4%를 차지했지만, 대부분이 메모리 반도체였다. 그중에서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돼 있다”며 “HBM 성과에 머물 것이 아니라 AI 반도체로 ‘점프업’ 하지 않으면 성장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와 AI 반도체의 산업 구조 차이를 분명히 설명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는 표준이 정해진 제품으로 원가 경쟁이 핵심이었지만, AI 반도체는 표준이 없고 맞춤형 중심”이라며 “시장, 고객사, 산업 생태계까지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상용화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의 상용화 경험 부족이다. 안 전무는 “우리는 시스템 반도체, 특히 AI 반도체를 실제로 써본 경험이 거의 없다”며 “시장 논리만으로는 사업성이 나오기 어려운 만큼 내수 기반 실증 플랫폼을 통해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 에너지, 보건의료 등 공공 영역을 중심으로 국내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상용화한 뒤 해외로 확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는 AI 반도체 경쟁의 또 다른 축으로 온디바이스 AI를 지목했다. 김 교수는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데이터센터에서 디바이스로 이동하고 있다”며 “로봇, 자동차, 가전 등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은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직면한 위기 요인도 짚었다. 그는 “중국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에서 빠르게 격차를 줄이고 있다”며 “자율주행용 칩 등 일부 분야에서는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격차가 1~2년 수준까지 좁혀졌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주도의 내수 시장과 강력한 정책 지원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AI 반도체 밸류체인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저장장치(GPU)를 넘어 서버, 플랫폼, 피지컬 AI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AI 반도체를 설계해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있다. 메타 역시 반도체 내재화에 나선 상태다.

두 연사는 공통적으로 “칩을 만들어도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세트 기업이 국산 AI 반도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지 않으면 기술은 샘플 단계에 머문다”며 “내수 상용화를 통해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해야 글로벌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국회의원연구단체 국회 AI 포럼이 개최했다.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AI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포럼 대표인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연구책임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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