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안 땐 하청노조 교섭권만 위축…대상 범위·공고 방식 명확히해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14일, 오전 05:06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입법예고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서 중요한 내용은 ‘교섭단위 분리·통합 결정 기준 구체화’다. 원청과 하청노조 간의 교섭이 이뤄질 경우 노조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지난해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교섭단위 분리 폭넓게 인정 불구…창구단일화 유지

시행령안에 따르면 어떤 사업에 조직된 노조(하청노조)가 원청사용자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면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 ‘원청사업에 조직된 노조’, ‘다른 하청사업에 조직된 하청노조’가 모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해야 한다. 원청사용자는 어느 하나의 하청노조에서 교섭 요구를 받으면 원청노조와 모든 하청노조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동시에 시행령안은 원청노조 및 여러 하청노조가 현행법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사유에 따라 교섭단위의 분리 또는 통합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교섭단위 분리·통합 결정 주체인 노동위원회가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판례 등에서 제시된 다양한 고려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새롭게 추가된 요소는 △이해관계의 공통·유사성 △타 노조에 의한 이익대표의 적절성 △안정적 교섭체계 구축 가능성 △갈등 가능성 및 당사자들의 의사 등이다.

예를 들어 당사자들의 의사를 고려하는 것이 교섭단위 분리 또는 통합 취지를 실현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당사자 의사 등에 따라 교섭단위 분리 또는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청노조가 원청사용자에 교섭 요구를 하면 원·하청노조 모두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도록 하되, 교섭단위 분리 또는 통합 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교섭요구 사실 공고 범위·방식 명확히 해야”

노동부는 시행령안에 대한 노사 의견을 수렴해 일부 내용을 수정한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르면 이번 주 재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유지하면서 하청노조의 개별 교섭권과 관련된 교섭단위 분리 기준만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행령안은 기본적으로 원청사업과 하청사업 전체를 하나의 사업단위로 보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행 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원·하청 교섭에 대해서도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법리적 해석과 개정 노조법 취지에 비춰 볼 때 시행령안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과 우려가 제기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무슨 근거로 ‘다수의 하청사업과 원청사업 내 노조 모두에게 적용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가’라는 법리적 의문이 든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하나의 사업 내 존재하는 복수노조를 대상으로 적용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다. 개정 노조법처럼 원·하청 관계에 적용하기는 적합하지 않다.

시행령안처럼 운영하면 법이 개정되기 전보다 교섭 절차가 훨씬 복잡해진다. 이는 원·하청 교섭을 지연시키고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노조법이 개정되기 전에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법원은 하나의 하청사업 내 복수노조가 있다면 하청사업 단위에서 창구단일화를 한 후 바로 원청사용자에게 교섭 요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해 왔다.

시행령안처럼 교섭단위 분리가 다양한 사유에 따라 널리 인정된다면 ‘왜 굳이 번거롭게 창구 단일화 절차와 분리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결국 원청사용자와 각 하청노조 간 개별교섭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시행령안이 확정되어 시행되는 경우 2차, 3차 하청 등 이른바 ‘N차 하청’에 대해서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적용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어느 하나의 하청노조가 교섭요구를 한 시점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몇 차 하청까지 해야 하는지 곧바로 결정할 수 있을까. 시행령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적어도 교섭요구 사실 공고 대상 범위와 공고 방식 등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또한 원청사업장 단위로 교섭절차를 진행할 때 이미 단체협약이 원청사업 내 존재하는 경우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음을 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원청사용자에 대한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원청의 단체협약 유효기간 내에 행사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법원은 2011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실행되기 전까지 기업별 노조와 초기업 노조는 각각 개별교섭과 같은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산별노조 등 초기업 노조는 기존 기업별 노조와 조직 대상이 중복되더라도 설립이 금지되는 복수노조는 아니라고 해석해왔다. 초기업 노조는 하나의 특정 기업을 넘어 여러 기업의 노동자들이 연합해 만든 노동조합이다. 기업 단위의 한계를 넘어서 산업 전체의 노동조건 개선을 목표로 한다.

현행 노조법에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처음 도입되던 당시부터 산별교섭 형해화 위험에 대한 우려가 많았고, 이는 결국 현실화됐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 형태에 관계없이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하청노조가 원청과 함께 참여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로 인해 사실상 교섭권이 형해화된다면 이는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