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가치 비웃는 '부동산 신화'…서울 집값이 상속계급사회 굳혔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14일, 오전 05:1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노력해 사회적 성공을 이룬다고 자산가가 되긴 힘든 세상입니다. 이제는 계급이 부모로부터 상속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속계급사회(Inheritocracy)‘라는 말이 나오는 거예요”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잘먹고 잘살기’ 힘들어진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일침을 놨다. 노력으로 부의 대물림을 극복하기 힘든 구도가 고착화하면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순자산 불평등은 빠른 속도로 심화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2025년 0.625로 뛰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소득의 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개선됐다. 열심히 벌어도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석 교수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사유 재산과 공정한 경쟁의 보장”이라며 “나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 공정한 경쟁을 하고 이를 통해 계층이 상승할 수 있다는 유인이 생겨야 경제가 발전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사유 재산이 늘어나는 길을 막아버린 측면이 있다”면서 “대기업에 취직하고 전문직이 돼도 자산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막혔다”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입지가 좋은) 강남의 임대 주택 입주 조건도 월세는 많이 내야 하는데 소득은 낮아야 한다. 그럼 결국 부모가 자산가여서 그 도움을 받는 사람들만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소위 ‘강남 로또 분양’을 보면 분양가는 20억원을 넘는데 대출은 2억~4억원으로 제한된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부모를 통한 사인 간 대출이 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을 살 엄두도 낼 수 없다는 게 석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현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 고소득 저자산 청년들은 ‘벼락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프랑스에서 니콜라의 반란이 문제가 되고, 미국과 영국의 헨리(HENRY·High Earners, Not Rich Yet)’가 세대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현상이 한국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헨리들이 인구 전체로 봤을 때는 상대적으로 소수다 보니 이 사람들을 대변해 줄 정당이나 정치세력도 제대로 없다”며, 세금은 많이 내면서 정작 정책과 시스템에서는 소외된 이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고 봤다.

석 교수는 “수도권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고소득 저자산 청년들이 자산가로 성장할 길을 열어주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수도권 핵심지에 신규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신호를 줘서 단기적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경우 미래 소득 증가를 반영해서 계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소득 청년층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 인터뷰


다음은 석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고소득 저자산 계층, 헨리 세대의 문제에 주목했다

“고소득자들은 자기의 소득으로 원금과 이자 상환이 가능하다. 경제적으로 보면 집값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일찍 집을 사는 것이 맞다. 이번에 인구 동태 조사 결과를 보면 혼인율, 출산율이 높은 사람들은 상시 근로자면서 평균 이상의 고소득자이고,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그나마 혼인과 출산을 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고소득자이면서 청년들 중에서도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청년 고소득자들을 주택 보유자로 만들어주는 정책이 결국은 혼인율과 출산율도 끌어올려서 인구 절벽도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되는데 지금 이 사람들이 유주택자로 갈 길이 막혔다.”

-헨리 계층이 자산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축은 사유 재산과 공정한 경쟁의 보장이다. 고소득 전문직이 되고 소득을 축적해서 사유 재산을 늘리겠다는 유인이 있어야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게 된다. 그러면 경제도 성장한다. 문제는 지금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고소득이 된 사람들이 재산을 늘릴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다. 미래 세대들이 보기에도 ‘아, 이거 부모 잘 만나면 끝이구나’ 이런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 부모의 자산이, 부모의 계급이 자식에게 상속되는 거다. 열심히 일을 할 인센티브가 사라지게 된다.”

-부동산도 양극화 되고, 순자산 불평등 역시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인데, 순자산 불평등도는 2012년부터 추세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같은 기간에 처분 가능 소득의 불평등도는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누진세제 등이 제대로 작동해서 우리 소득의 불평등도가 낮아지는 반면에 순자산 불평등도는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원인이 뭘까 생각을 해봤는데, 2012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에서 가장 중요했던 이슈가 서울 중심의 부동산 가격 급등이다. 서울만 집값이 올라가고 지방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이었다. 서울의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지방의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간 순자산 불평등도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서울의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아예 무주택자들 간에 순자산 불평등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핵심지의 부동산 가격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훨씬 느리다는 것이다.”

-서울 중심 집값 상승을 조금 더 와 닿게 설명해준다면.

“2017년 11월에 서울과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 비율이 1이라고 하면 2025년 7월에는 이 비율이 1.75배가 됐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전체 자산에서 71.1%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과 지방 아파트의 비율이 8년 만에 1.75배가 됐다. 서울에 집 있는 사람은 말 그대로 벼락 부자가 된 거고 서울에 집이 없는 사람들, 지방에 집이 있거나 아예 무주택자들은 벼락거지가 된 거다.”

-부동산 신화라고도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는 학습효과 때문인가.

“학습효과라고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금융 시장이 충분히 발달이 안 된 상태에서 부동산은 서울을 중심으로 핵심지의 가격 상승률은 상당히 높았다. 금융 상품들이 다양하게 개발이 된 후에도 입지가 좋은 지역의 부동산 자산 수익률이 금융상품을 웃돌다 보니 그런 것들이 철저하게 학습된 측면이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서울 주거 수요는 계속 늘 것이라고 보나.

“인구가 감소해도 서울, 입지 좋은 곳에 몰려 살고자 하는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공급은 신규든 전세든 위축되기 때문에 수요 공급이 안 맞으니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될 거다. 은퇴자도 직장이 이제 없는데도 병원이나 편의시설 등을 이유로 서울을 안 떠나려 하고, 서울에 일자리가 몰려 있으니 취업층 청년들도 서울에 살려고 한다.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은 제2의 서울 수준의 뭔가 지방 거점을 만들거나 다극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부동산의 특징이 있다. 제일 중요한 게 입지다. 예를 들면 반포라든지 이런 데 있는 집 같은 경우는 입지가 바뀌지가 않는다. 갑자기 한강이 사라져 버리지 않는 이상은 그렇다. 아무리 인구가 줄어들어도 입지가 좋은 지역에 살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인구 절벽으로 인구가 급감하면 지방에서는 집값이 폭락하는 곳이 있겠지만, 서울에서 입지가 좋은 한강 벨트라든지 강남 3구는 계속 수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상황에서는 주택 가격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대출을 못 받으니 집을 사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주택 가격이 갑자기 10~20% 급락하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서 집을 산 사람들이 부실화되고 차주의 부실이 은행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금융안정에도,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건가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신규 주택 공급은 안 늘리면서 수요를 억제해서 집을 사는 걸 어렵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공급이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줄어들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건데, 소득이 없거나 낮아도 부모가 자산가인 사람들은 여전히 부모 지원받아서 살 수 있다. 심지어 더 싸게 살 수 있다. 청년층에 한해서만이라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해 줘야 한다. DSR은 특히 미래 소득 증가를 반영해서 계산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가진 돈이 많은 사람 말고 많이 벌 수 있는 사람이 더 빌릴 수 있도록 해서 자산가로 성장할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석병훈 교수는

△1977년생 △서울대 경제학부 학사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석·박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현) △한국은행 경제자문패널 자문교수(현) △국토교통부 토지이용규제평가단 단원(현) △행정안전부 지방교부세위원회 위원(현) △한국금융학회 이사(현) △한국재정학회 이사(현) △IBK기업은행 사외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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