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심기술 유출 피해, 5년간 23조…"FDI 안보심사 대폭 강화해야"

경제

뉴스1,

2026년 1월 14일, 오전 06:00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 등 국가전략기술의 해외 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최근 5년간 2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둘러싼 국가 대항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선 '제도적 울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국경제인협회 의뢰로 연구해 14일 발표한 '외국인투자 안보심사제도 개선 방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우리나라의 해외 유출 산업기술은 총 110건, 피해액은 23조2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핵심기술이 33건(30%)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38%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20%), 전기전자(8%) 순이었다. 지난해 12월 검찰 수사로 적발된 삼성전자 10나노 D램 공정기술 중국 유출 사건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수십조 원 더 불어날 전망이다.

기술 유출 방식도 더 은밀하게 진화하는 중이다. 과거엔 단순히 인력을 빼가는 '인재 스카우트'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합작법인(JV) 설립, 소수지분 투자, 해외 R&D(연구개발)센터 설립 등 '위장 투자'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는 게 조 교수의 분석이다.

특히 2024년 기준 국내 1000대 기업의 R&D 비용이 83조6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대규모 투자로 확보한 핵심 전략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도 덩달아 늘어 기술보호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미국, 유럽(EU), 일본 등 주요국은 일찌감치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외국인투자'(FDI) 안보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 '외국인투자심사현대화법'(FIRRMA)을 제정해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권한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인수합병(M&A)는 물론 핵심기술(TID) 보유 기업의 소수지분 투자, 군사 및 핵심 인프라 인근 부동산 취득까지 외국인투자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2월 '그린필드' 투자까지 안보 심사 범위에 포함하는 등 외국인투자 통제를 한층 더 강화했다. 그린필드는 국외자본이 용지를 직접 매입하고 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짓는 방식의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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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2023년 '경제안보전략'에서 외국인투자 안보 심사를 핵심 정책수단으로 채택한 데 이어, 2024년 발표한 '외국인투자심사규정'에 △그린필드·간접투자를 포함하고 △미디어·핵심 원자재 등 전략산업 심사 대상에 추가하며 △27개 회원국 제도 도입 의무화를 추진했다.

일본도 지난해부터 악의적 사이버 활동, 민감 정보 접근, 제3국 우회투자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를 '특정외국인투자자'로 분류해 별도 규제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CFIUS 모델을 참고해 안보 중심의 심사기구 도입을 검토 중이다.

반면 한국은 심사 지분요건(외국인 지분 50% 이상 취득)과 심사 대상(그린필드 투자 제외) 등 외국인투자 안보심사제도의 적용 범위가 주요국보다 느슨하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조 교수는 전략산업 안전망 구축을 위한 4대 정책 과제로 △심사 대상 확대 △경영권 취득 기준 하향 △그린필드 투자 규율 △간접지배를 통한 우회투자 심사를 제안했다.

데이터·핵심 인프라·공급망·광물·디지털 기반 등 국가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를 외국인투자 안보 심사 대상에 추가하고, 현행 지분율 50%인 안보 심사 대상을 크게 낮추자는 것이다. 미국·유럽·일본은 첨단기술과 데이터 분야에 대해선 소수(1% 또는 10%) 지분 취득에 대해서도 사전 심사를 적용 중이다.

보고서는 또 외국기업의 그린필드 투자와 외국인이 기존에 보유한 한국 법인(자회사)을 경유해 다른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간접지배 투자도 안보심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기술 협력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약한 고리가 되지 않도록 FDI 안보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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