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기준 변경, 내부 갈등·주주 불만 '역효과' 우려

경제

뉴스1,

2026년 1월 15일, 오후 04:25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93조 원, 영업이익 20조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한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게양대에 걸린 태극기와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을 달성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종전 최대 실적인 2018년 3분기(17조 5700억 원)를 29분기 만에 경신했다. 2026.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변경을 요구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적이 개선됐다는 이유로 성과급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고 시설투자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성과급 차등에 따라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역대급 실적이 불러온 성과급 논쟁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2026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난항을 빚고 있다. 최대 쟁점은 성과급 제도다.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의 지급 기준을 영업이익의 20%로 변경하고 상한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OPI를 통해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 계획한 목표를 넘으면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한 차례 지급하고 있다. OPI는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한다. EVA는 경영상 비밀로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세후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투자금 등의 자본비용 등을 차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성과급 기준 변경 요구는 꾸준히 나왔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면서 강도가 다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93조 원, 영업이익은 20조 원으로 잠정 집계돼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증권가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00조 원을 넘고 있다.

주총 앞두고 소액주주·행동주의펀드 '배당 확대' 요구 이어질 수도

'업무 실적에 대한 합당한 성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노조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변경에 따른 역효과가 만만치 않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 매출은 332조 7700억 원, 영업이익은 43조 5300억 원이다. 2024년 대비 성장했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주주가치도 제고해야 하며 투자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

당장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변경하면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배당 확대 요구가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계획에 따라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환원하고 연간 9조 80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는 상법 개정으로 인해 소액주주와 행동주의펀드의 주주 배당 확대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직원들만의 돈 잔치'로 인식될 경우 이들을 자극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만약 주주가치 제고를 고려하지 않고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면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업이익만을 성과급의 기준으로 설정하면 시설과 연구개발(R&D) 투자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에만 53조 6461억 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에는 46조 2792억 원을 쏟아부었다. 이 기간 연구개발 투자 규모만 35조 215억 3100만 원이었다.

역대급 투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국내에 향후 5년간 45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공사 재개를 결정한 평택사업장 P5에는 60조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압박을 회피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계획한 대미 투자(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규모 역시 51조 원으로 확대된 상태다. 또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실기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전자 입장에선 기술 개발에도 지속해서 막대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영 성과를 시설 투자,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가야 하는데 (돈 잔치를 하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 다른데…내부 갈등 유발 가능성

사내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사업 부서는 DS 부문이다. 최대 실적을 이뤄낸 사업부인 까닭이다. 시장에선 DS 부문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만 16조~1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기본급 1000%'라는 성과급 상한 제한을 폐지하면서 삼성전자 내에서도 DS부문의 성과급 제도 변경 요구가 크다.

문제는 영업이익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DS 부문 근로자들은 막대한 성과급을 받게 되지만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던 부문은 성과급이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다. DS 부문 내에서도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현재 적자 상태여서 같은 부문에서도 성과급이 달라진다.

실제 최근 노조 가입 현황을 보면 성과급 제도에 대한 사내 온도 차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일 기준, DS 부문의 초기업노조 가입자는 4만 2096명으로 가입 비율은 55.9%에 달했다. 반면, DX 부문은 직원 수 4만 9562명 중 가입자가 1만 1799명으로 가입 비율이 23.8%에 불과하다. 초기업노조 홈페이지에는 '저희 DX는 SK하이닉스처럼 제도를 개선할 때 현행보다 퇴보하게 돼 있다'고 지적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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