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적자 수렁' K배터리 자구책 주문…구조조정 촉각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15일, 오후 06:16

[이데일리 김정남 김형욱 기자] 정부가 위기에 빠진 배터리업계에 자구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국판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같은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업구조를 기업 스스로 손보지 않고서는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K배터리 3사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이목이 쏠린다.

15일 관가, 업계 등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모처에서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부사장급 임원들과 만나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의 계약 해지건 등을 거론하며 “이대로 가면 되겠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 포드와 9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SK온은 포드와 미국 합작법인 체제를 종결했고,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도 미국 기업들과 양극재 공급 계약을 축소했다. 전기차 캐즘 탓에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사업을 줄이자, K배터리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K배터리는 미국 시장이 아니면 수익 낼 곳도 마땅치 않다. 중국 기업들이 중국, 유럽 등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지난해 1~11월 기준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29.2%로 전년(26.8%) 대비 2.4%포인트 상승하며 1위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24.6%→20.9%), SK온(10.8%→7.9%), 삼성SDI(8.7%→6.5%) 등의 점유율은 떨어졌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마저 중국 굴기의 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김정관 장관은 이같은 상황을 거론하면서 “배터리업계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석유화학업계처럼 흘러가지 않도록 기업 스스로 자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구조조정 언급도 있었다고 한다. 관가와 업계 안팎에서는 “배터리 사업은 적자 탈출이 요원할 정도로 좋지 않은데, 조직은 여전히 비대하고 위기감이 약하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이번 간담회는 김 장관이 취임 전부터 강조한 생산세액공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조항인 AMPC처럼 배터리 생산에 맞춰 세금을 공제해주는 지원책이다. 김 장관은 “정부 주도 산업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생산세액공제에 대한 의지를 밝혀 왔다.

문제는 기업 자구책 동반 없이 정부가 마냥 자금 지원에 나설 수는 없다는 점이다. 당장 재정경제부와 공감대 아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가와 업계 일각에서는 첨단 전략산업인 배터리를 두고 한국 기업들끼리 세 곳이나 경쟁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있어 왔다. 다른 주요 업계들처럼 국가대표 기업 한두곳이 배터리 사업을 이끄는 게 글로벌 산업 전쟁 국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K배터리 3사 모두 이미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상황이어서 사업 축소 혹은 매각을 결단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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