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치 사이클 올라탄 중견 파운드리…올해 실적 반등 기대감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16일, 오후 03:34

[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의 공정 재편이 국내 중견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12인치(300㎜) 첨단 공정 중심 전략을 강화하면서 8인치(200㎜) 파운드리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DB하이텍(000990)과 SK키파운드리 등은 가동률 상승과 물량 이동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사진=DB하이텍)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의 8인치 파운드리 라인 가동률은 최근 90% 중후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TSMC 등 대형 업체들이 8인치 공정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기존에 대형 업체에 집중됐던 물량이 중견 파운드리로 이동하는 구조적인 수혜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전반에서도 8인치 공급 축소 흐름은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2.4%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전 세계 8인치 가동률은 85~90% 수준으로, 전년(75~80%) 대비 크게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면서 8인치 공정의 협상력도 점차 중견 파운드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8인치 공정은 아날로그·전력반도체 등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칩에 주로 쓰인다. 최근 전력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구형 공정’으로 분류되던 8인치 라인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산업용 전력반도체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요가 이어지면서, 중견 파운드리들의 가동률 개선이 실적에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가격 인상 여력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공존한다. 일부 파운드리 업체들이 고객사에 5~20% 수준의 가격 인상을 통보한 사례는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와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 구조를 고려할 때 공격적인 단가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단가 인상보다는 안정적인 가동률 유지와 캐파 대응이 더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중견 파운드리 업체들은 한동안 12인치 진출 가능성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 왔지만, 최근에는 무리한 선단 공정 투자보다는 8인치 공정에 집중하는 전략이 우세하다. 이미 구축된 설비를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8인치 호황을 단기 업황 반등이 아닌 ‘사이클’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공급 축소 기조에 더해 지정학적 리스크, 전력반도체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8인치 공정 중심의 수익 구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파운드리의 8인치 이탈은 중견 업체들의 가동률과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고 있다”며 “이번 흐름은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