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도 적군도 없는 '관세왕' 트럼프의 폭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18일, 오후 06:54

[이데일리 김정남 성주원 기자, 뉴욕=김상윤 특파원] “아군도 적군도 없다.”

‘트럼프 2기’ 미국의 관세 폭주는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동맹국들도 예외 없이, 모든 게 협상의 대상이라는 식이다. 특히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를 둘러싼 관세 압박이 다시 급부상하면서,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열린 마이크론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100% 관세를 내거나, 아니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 3강으로 꼽히는 기업이다. 러트닉 장관의 관세·투자 압박은 한국을 타깃으로 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최근 반도체 관세 합의를 한 대만의 다음 차례는 한국이라는 의미다.

산업계 한 고위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하게 국가별 별도 합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며 “동맹이든 적국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밝히면서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 8개국에 관세를 매기는 것도 관세 폭주의 또 다른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관세 왕’(The Tariff King), ‘미스터 관세’(Mister Tariff) 문구를 담은 본인 사진을 올렸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2기의 방향성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부터의 완전한 이탈’로 꼽으면서 “(관세 협상에서)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1기 때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틀이 있었지만, 2기 때는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그러면서 “트럼프 2기는 기업들이 미국 정부와 직접 협상하는 주체로 등장한 시대”라며 “우리 기업들도 정보를 축적해 (트럼프 행정부의 투자 압박 등에) 적기를 판단하는 힘과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은 “미국이 한국을 메모리 공급망에서 배제하면 자국의 인공지능(AI) 패권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압도적인 기술력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 (사진=연합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