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세조종 여전…당국, 특사경 도입 고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21일, 오전 06:02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가상자산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의심 사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포착하고 제재하는 감독 체계는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공정거래 신고 건수는 오히려 줄어든 반면, 실제 조사는 민원보다 시장 모니터링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감독 공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자산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감독·수사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두고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신고센터에 지난해 접수된 사건은 총 30건으로 집계됐다. 2024년 접수 건수(55건)와 비교하면 약 20건가량 줄어든 수치다. 유형별로 보면 시세조종 의심 신고가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공개정보 이용 1건, 부정거래 7건 등이 포함됐다. 자기발행 관련 신고는 없었다. 전년도에는 전체 55건 중 시세조종이 38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부정거래 12건, 미공개정보 이용 4건, 자기발행 1건 등이 접수된 바 있다. 신고 유형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전체 건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신고 건수 감소는 가상자산 시장 위축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 축소되고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체감도 역시 낮아졌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공정거래가 사라졌다기보다 시장이 식으면서 신고와 문제 제기 자체가 줄어든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제도적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달리 가상자산 분야에는 신고 포상금 제도가 없어 제보 유인이 크지 않다. 실제로 신고센터에 접수되는 민원 가운데 조사에 착수할 만큼 구체적인 거래 내역이나 혐의 구조를 갖춘 사례가 많지 않다는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과 달리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신고는 포상금 제도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제보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며 “단순 의혹 제기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실제 조사는 민원 제보보다는 시장 모니터링을 통한 인지조사에 더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거래소가 이상거래를 포착해 금융당국에 통보하거나, 금감원이 가격 급등락 종목을 중심으로 거래 패턴과 계좌 흐름을 분석해 혐의자를 추리는 방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급격한 가격 변동이 나타나는 종목을 중심으로 이상거래를 들여다보는 쪽이 적발률이 높다”며 “민원 제보만으로는 시세조종 실체를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행정조사 중심 구조가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불공정거래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금감원의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조사는 자료 제출 요구와 문답, 거래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이뤄지고, 조사 결과는 금융위원회에 보고돼 제재 여부를 판단받는 구조다. 강제수사 권한이 없는 만큼 압수수색이나 디지털 포렌식, 계좌 동결 등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24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서, 지난해 초 수십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시세조종범이 ‘법 위반 1호’로 구속 기소되고 첫 과징금 부과 사례가 나오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대부분 금융당국과 검찰이 협력한 ‘패스트트랙’을 통해 극히 일부 사례에 집중된 것이어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교묘한 시세조종 행위까지 촘촘하게 잡아내기에는 현행 행정조사 위주의 인력과 권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한계를 둘러싸고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가상자산 시세조종을 전담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는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특사경이 수사를 맡고 있지만, 가상자산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가상자산 시세조종을 특사경이 직접 수사하려면 별도의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다만 특사경 도입을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다.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은 특사경과 인지수사권 확대를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민간기관인 금감원에 과도한 수사권을 부여할 경우 오남용 우려가 크다는 입장인 반면, 금감원은 신속한 대응을 위해 일정 수준의 수사 권한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다시 커지면서 불공정거래나 시세조종 시도 역시 재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감독·조사 체계가 행정조사 중심에 머무른 상태에서 시장만 확대될 경우, 감독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가상자산 특사경을 둘러싼 내부 기류 역시 신중론에 가깝다. 가상자산 특사경은 법 개정이 전제되는 사안으로, 내부적으로 당장 최우선 과제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이나 민생금융 범죄 대응과 비교하면 우선순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제도 정비와 금융위와의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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