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족 보행 AI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제공)
국내 물류업계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둘러싼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 공장처럼 단순·반복 공정이 아닌, 사람의 판단과 손을 필요로 해 자동화가 쉽지 않았던 물류 현장에 휴머노이드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다.
CJ대한통운(000120)은 'AI 두뇌' 개발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실증에 나섰고, 한진(002320) 등도 당장은 아니지만 중장기 활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가 글로벌 기술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물류업계도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다.
왜 휴머노이드인가…단순 자동화 넘어 '사람 역할' 대체
물류센터는 오래전부터 자동화가 진행돼 왔다. 바코드 스캔과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한 분류, 휠소터 등 기계 설비는 2010년대 후반부터 이미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박스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이고, 상황에 따라 판단이 필요한 피킹·포장·출고 공정은 여전히 사람 손에 의존해 왔다.
이 때문에 물류 현장은 자동화 수준이 높은 제조업과 달리 로봇 투입이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혀왔다. 업계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처럼 보고 판단하며, 손과 몸을 활용해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이라면 기존 자동화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물류 현장에는 반복적이면서도 노동 강도가 높아 근로자가 기피하는 업무가 적지 않다. 폭염이나 혹한 등 업무 환경이 가혹할 수록 기피수준은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는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는 사람이 하기 힘든 고강도·고위험 작업을 보조하거나 대신하는 개념"이라며 "아마존처럼 완전 무인화를 지향하는 모델과는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휴머노이드 'AI 두뇌' 개발…물류 데이터로 학습
CJ대한통운은 최근 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와 손잡고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물류용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공동 개발에 나섰다. 사람처럼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해 움직이도록 하는 AI 기술이 핵심이다.
양사는 물류센터에서 축적되는 피킹·분류·포장 등 실제 작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RFM을 학습·고도화하고, 현장 실증과 상용화까지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자동화가 가능한 공정 발굴과 사업성 검증을 맡고, 리얼월드는 고정밀 로봇 핸드 제어 기술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한다.
CJ대한통운은 TES물류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로봇과 소프트웨어 자동화를 지속해 온 만큼, 휴머노이드 역시 기존 물류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형태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CJ대한통운이 실증했던 AI 휴머노이드 로봇. (CJ대한통운 제공)
롯데,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실증…"사람보다 효율성 높아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로보틱스 기업 '로브로스'와 함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 로봇에 실제 물류 운영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내부 시스템과 연동해 최적화하는 것이 목표다.
각 대학의 기술 검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진천 풀필먼트센터에 로봇을 배치해 출고·포장 작업을 직접 학습시키며 추가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이후 주요 물류센터로 적용 범위를 넓히며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국책 과제로 추진되는 휴머노이드 기술에 물류 현장 수요가 있는 만큼 협업에 나섰다"면서 "사람보다 효율이 떨어진다면 도입할 이유가 없다. 아직은 실증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이 스스로 보고 판단하며 작업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무인 자동화 기반의 고효율 물류 솔루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한진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물류 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풀필먼트센터 등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인력 효율성과 작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을 보인다.
물류업계는 휴머노이드 도입이 인력 효율성과 작업 안정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단순한 인건비 절감보다는 고강도 작업 부담 완화, 작업 품질의 균일화, 사고 위험 감소 등 구조적 효율 개선이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 환경에서는 인력 확보와 비용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휴머노이드는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향후 10~20년을 내다본 기술 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오후 경기 안산시 한양대 ERIC캠퍼스 창업보육센터에 소재한 에이로봇을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과정을 둘러보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3/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중국 상하이 국제회의중심에서 열린 한중 벤처스타트업 서밋 행사에서 중국 기업 엣지봇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2026.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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