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가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AI스타트업 밋업데이’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지난 20일 생성AI스타트업협회(GAISA)·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제트벤처캐피탈(ZVC) 공동 주최로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AI스타트업 밋업데이’에서는 ‘현지화’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혔다. 가까운 나라이지만 일본 진출은 쉽게 봤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 탓에 해외 기업·인력·플랫폼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일본 문화와 업무 스타일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일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행사에 참석한 주요 강연자들은 입을 모았다.
일본 도쿄의 스타트업 혁신 센터 TIB(Tokyo Innovation Base)에서 지난 20일 ‘한일AI스타트업 밋업데이’가 열리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한국어에 최적화된 생성형 AI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뤼튼은 일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업계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업의 성공 비결 역시 ‘적절한 현지화’다. 뤼튼의 일본 서비스는 한국 서비스와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서비스 이름부터 다르다. 캐릭터 채팅 중심의 ‘캬라푸’로 서비스명을 설정했다. 귀여운 캐릭터에 애정을 많이 주는 일본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사용자 환경(UX)도 일본 스타일에 맞게 설계했다.
이세영 뤼튼 대표는 “일본 법인의 매출 상승률은 뤼튼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 출시됐을 때와 비슷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뤼튼은 한국 서비스 출시 1년 10개월 만인 2024년 MAU(월간 서비스 사용자) 500만명을 돌파했다. 토스(약 3년 3개월), 당근(약 2년)보다 빠른 속도였다.
뤼튼에 앞서 한국 기업이 만든 서비스가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로는 일본의 국민 앱으로 불리는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있다. 당시 네이버의 일본법인이었던 NHN Japan은 2011년 라인을 출시했다. 현재 일본인 10명 중 8명 정도가 사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라인과 야후그룹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ZVC의 황인준 대표는 “(네이버는 일본 법인을 통해) 일본에서 검색 사업을 하면서 5~6년을 고생했다. 그 과정에서 현지 문화와 현지 소비자 취향을 체득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라인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일 벤처생태계 관계자들은 일본이 한국 스타트업에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AI 전환(AX) 국면에서는 국가 차원의 ‘셔틀협력’(양방향 지속적 협력 구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뤼튼과 네이버 사례처럼 개별 기업 단위의 일본 시장 진출을 넘어 국가나 생태계 차원에서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양국은 고령화라는 공통의 사회 문제를 겪고 있어 AX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게다가 일본 국민은 우리나라보다 AI 유료 서비스 지출 의지가 높고 인구도 우리나라보다 많다. 대신 소프트웨어(SW)와 AI 시장의 공급 수준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시장 수요를 만족할 만큼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이 올라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AI, AX 서비스를 하는 한국 기업에게는 일본 시장이 블루오션(경쟁자가 적은 새로운 시장)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뤼튼은 물론 이날 스타트업 세션에 등장한 한국 스타트업 프렌들리AI, 사이오닉AI도 이미 일본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일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프렌들리AI는 대규모 AI 모델 배포 시 발생하는 인프라 비용과 모델 운영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는 AI 추론 플랫폼, 사이오닉AI는 생성 AI 모델과 기업을 연결하는 AI에이전트 플랫폼을 제공한다. 두 기업 모두 AX 공급 기업이다.
일본 정부가 AI 관련 스타트업에 지원 의지를 보이는 것도 기회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일본 정부의 AI 관련 예산 추이를 보면 일본 정부는 2025년 AI 분야 직접 지원 예산에 1969억엔(약 2조원)을 편성했다. 전년 대비 67.4% 증가한 규모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올해 AI에만 1조엔(약 9조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와 AI를 합치면 1조 2300억엔 규모로 지난해 대비 4배 증액된 수치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등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가 이어지는 것도 관련 기업들에는 호재다.
‘현지화’를 제대로 해내야 하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숙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현지화 숙제를 뛰어넘어 벤처업계의 한일 AX 셔틀협력 성과가 나온다면 한국과 일본의 스타트업이 세계 AI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지화 전략으로는 일본 현지에 직접 정착하고 현지 직원을 많이 채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뤼튼에 따르면 뤼튼 일본 법인 직원의 60%는 일본인이다. 나머지 40% 인력도 일본에 정착해 거주하고 있다. 정하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도쿄 소장은 “(한국 기업이 일본에 진출할 때) 본사에서 기술개발을 하고 일본 현지에서는 영업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ZVC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키오이 타워 1층에서 바라본 거리 모습.(사진=김세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