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미국 함정 MRO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HJ중공업은 지난주 미국 함정 MRO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인 미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을 취득했으며, 삼성중공업과 SK오션플랜트 등도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2024년부터 미국 함정 MRO 수주를 이어오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일 미 해군 7함대 소속 4만1000톤급 화물보급함 ‘USNS 세사르 차베즈(Cesar Chavez)’의 정기 정비(Regular Overhaul) 사업을 수주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함정 MR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다. 업계에서는 미국 함정 MRO 시장 규모가 연간 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MRO 사업은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선박 건조와 달리 계약 기간이 짧고 수익화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함대 유지에 필수적인 정비 수요가 꾸준한 만큼 선박 발주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부도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올해 1분기 중 함정 MRO 클러스터 조성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형 조선소는 MRO를 위한 도크가 부족해, 중소 조선소와 협력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맡고 있다.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함정 정비에 필수적인 도크와 접안시설을 상시 활용할 수 있는 MRO 전용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클러스터 구축 못지않게 안정적인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한 정부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클러스터 조성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일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함정 MRO는 일감이 지속적으로 확보돼야 하는 사업인데, 수주 불확실성이 크면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간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정부가 함정별로 일정 물량을 턴키 방식으로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턴키 방식은 설계부터 시공, 정비까지 전 과정을 한 업체가 일괄 책임지는 방식이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미국 함정의 경우 향후 10년간 태평양 함대 전체 정비 물량의 일정 비율을 한국이 담당하도록 정부 간 협상을 진행하고, 해당 쿼터를 클러스터에 배분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수 정비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 체계 구축 등도 과제로 꼽힌다. 유 센터장은 “단순 정비에 그치지 않고 정비와 함께 성능계량 등과 연계될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 HD현대중공업 중형선사업부 인근 부두에서 미 해군 소속 ‘USNS 앨런 셰퍼드’함이 정기 정비를 마치고 출항하는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