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결국 원초적인 것으로 돌아간다"…'핵심광물'로 쏠리는 민간자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21일, 오후 07:25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가장 원초적인 것이 가장 강력한 것이다."

원초적 본능은 위기의 순간보다 불확실성이 길어질 때 또렷해진다.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사람은 새로운 가능성보다 가장 기본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영역으로 되돌아가기 마련이다. 오랜 기간 대내외 불확실성에 시달려온 국내외 자본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동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플랫폼 등 기술 그 자체에 쏠렸던 자본의 시선은 최근 들어 기술을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전력과 자원, 즉 대체 불가능한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술 경쟁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중요해지는 것은 전력과 인프라,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핵심광물이다. AI가 확산될수록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해지고, 이는 다시 구리·니켈·리튬 등 대체가 쉽지 않은 자원 수요로 이어진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자원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워 산업의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자본시장이 핵심광물을 단순 원자재가 아닌 전략 자산으로 다시 보기 시작한 이유다.





◇기술 경쟁 끝에서 다시 떠오른 '핵심광물'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핵심광물’이 주요 투자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핵심광물은 기술적으로 대체가 어렵고, 지정학·규제 변수에 따라 공급이 쉽게 흔들리며, 생산이 특정 국가와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산업과 안보를 동시에 좌우하는 자원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면서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로 연결되는 핵심광물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 시선을 끌고 있다.

자본시장은 이 흐름을 단기 테마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로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이 122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미국 전력연구원(EPRI)은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현재 약 4%에서 2030년 최대 9%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전력 인프라 확장이 불가피해질수록 이를 떠받칠 핵심광물 수요 역시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수요 전망과 달리 밸류에이션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핵심광물·에너지 관련 기업의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EV/EBITDA)'는 과거 20배를 웃돌던 수준에서 최근 10배 안팎까지 내려왔다.

에너지 전환과 자원 제약 현상이 맞물리면서 안정적인 인프라 자산으로 분류되던 영역의 수익 매력이 재평가되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일부 운용업계에서는 과거 인프라 투자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하이틴(연 15~19% 수준의 수익률) 수준의 수익률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수익률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는 배경으로는 투자 구조의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자원 가격에 따라 수익이 출렁이는 투자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장기 공급계약(오프테이크)을 통해 판매 물량과 가격을 일정 부분 고정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이 경우 가격 변동성은 낮아지고, 현금흐름의 가시성은 높아진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인프라 자산처럼 안정적인 구조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꼬 튼 정책자금…민간 자본도 가세

해외 시장에서는 오프테이크 계약을 기반으로 사업 가시성을 높이고, 이를 기업가치 재평가로 연결한 사례들이 쌓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호주 광산업체 미네랄리소스가 꼽힌다.

미네랄리소스는 지난해 하반기 한국 포스코에 리튬 사업 지분 30%를 조건부로 양도하며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거래 발표 직후 미네랄리소스 주가는 10%대 상승하며 1년 최고치를 경신했고, 현재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와의 전략적 거래가 단순 공급 계약을 넘어 리튬 자산의 가치와 향후 현금흐름에 대한 가시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런 흐름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정책자금과 민간 자본이 결합된 투자 구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하반기 수출입은행 공급망안정화기금은 핵심광물·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 출자 사업을 추진했고, 그 결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등을 위탁운용사로 낙점했다.

정책적 목적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구조에서, 단순 재무투자 경험보다 실제 공급망과 연결된 투자·회수 경험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한투PE에 주목하고 있다. 한투PE는 핵심광물 오프테이크 확보를 전제로 한 해외 투자를 집행하고, 이를 회수까지 연결한 경험을 보유한 운용사로 평가받는다. 실제 한투PE는 2011년 글로벌 니오븀 시장의 87%를 점유한 기업 'CBMM'의 지분 5%를 포스코와 공동 인수하며 전체 생산 물량의 5%를 오프테이크 계약으로 확보했다.

니오븀은 소량만 섞어도 강철의 강도·내열성을 크게 높여주는 합금 원소로, 철강·에너지·전력·항공우주 산업의 핵심 재료다.

CBMM은 안정적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연 6~7%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해왔다. 한투PE는 투자금의 3분의 2 이상을 배당으로 회수한 상태다. 이밖에도 한투PE는 지난 2013년 세계 최대 철강회사 AMMC에 투자해 지난 2022년 성공적으로 회수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핵심광물은 이제 원자재를 넘어 자본의 방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며 “정책자금과 민간 운용사의 투자·회수 역량이 결합될 경우, 한국 자본이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실질적 투자 주체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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