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점심께 찾은 서울 중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김 매대 앞에서 직원이 힘차게 일본어로 시식을 권하자 한 일본인 관광객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가왔다. 직원이 참기름 바른 김에 고슬한 밥을 올려 건네자, 한입 베어 문 그가 엄지를 치켜세운다. 매대에는 영어·일본어·중국어 안내문이 빼곡하다. 김을 맛본 그는 세 봉지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매대 직원 A씨는 “손님 10명 중 절반이 외국인”이라며 “최근 일본 관광객이 부쩍 늘었는데, 반응이 특히 좋다”고 했다.
캐리어를 끌고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다수 포착된 서울역점 매장 내부. K푸드 상품을 중심으로 기획된 전용 진열대 주변이 붐비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외국인 고객들이 찾는 건 신라면, 불닭볶음면 같은 글로벌 스테디셀러가 아니다.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이 인기다. 실제로 롯데마트 단독 상품인 ‘팔도&양반 미역국라면’은 최근 서울역점 등 외국인 특화 10개점에서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을 제치고 라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매장 구성 자체가 외국인에 맞춰져 있다. 인프라도 다르다. 고객 상담실 옆에는 짐 보관소와 캐리어 포장대 등이 있다. 출입국 사무소를 방불케 한다. 이날도 캐리어 10여개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서울역점 K푸드 진열대. 일본인 관광객을 비롯해 외국인 고객들이 다수 방문한 모습으로, 제로젤리·포켓몬 콤부차 등 인기 상품이 전면에 배치돼 있다. (사진=롯데마트)
이런 노력 속에 외국인 관광객은 롯데마트의 확실한 실적 동력이 됐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외국인 객수는 전년 대비 23%, 매출은 30% 늘었고, 2023년부터 3년 연속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와 비교하면 2025년 11월 기준 방한 일본인 중 17% 이상이 롯데마트를 방문했다. 일본인 5.8명 중 1명꼴이다. 특히 서울역점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40%에 달한다.
시식 부스에 외국인 고객들이 모여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외국인 관광객을 주목하는 배경에는 내수 부진과 유통 패러다임 전환이 깔려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방한 외국인은 1741만 827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5.4%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 최고 기록(2019년 1750만명) 돌파도 유력하다. 특히 최근 해외 여행객들은 면세점보다 현지인이 찾는 로컬 매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온라인 쏠림과 내수 위축에 시달리는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외국인이야말로 실적 반등의 현실적 대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마트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형마트는 내수 중심 채널로 여겨졌지만, 이젠 주요 도심·관광 상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확보하는 전략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앞으로 마케팅과 쇼핑 인프라 경쟁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외국인 소비 중심이 면세점·백화점에서 벗어나 마트·올리브영·다이소 등 로컬 채널로도 점차 확산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