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날 서울시내에 주차된 쿠팡배송 차량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6.1.23/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미국 쿠팡 법인 주주들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데 대해 쿠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당사 입장과 무관하다. 정부 조사에 요청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13곳의 정부 부처에서 고강도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마치 한국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美 투자사, 정부 조사 청원…쿠팡, 당일까지 몰라
23일 외신에 따르면,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와 무역 구제 조치를 요청했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치가 미국 상거래를 제한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허용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누구나 조사를 청원할 수 있고, USTR은 청원이 접수되면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들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도 제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수신인으로 명시해 공식 통지했다.
중재의향서는 청구인이 중재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상대 국가에 보내는 서면이다. 그 자체로 정식 중재 제기는 아니지만 중재의향서 제출 90일 이후 정식으로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
쿠팡은 투자사들의 이런 행보를 당일인 전날 오후까지 몰랐다고 한다. 오히려 관련 소식을 듣고 쿠팡 IR팀에선 "날벼락을 맞았다"라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2025.12.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쿠팡, 사태 확산·장기화 가능성에 '노심초사'
쿠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금이나마 수그러졌던 비판 여론이 다시 커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만일 '미국 투자자들을 앞세워 미국 정부를 통해 한국 정부의 동시다발적인 공세에 대응하는 것'이란 오해가 양산되고, 한미 간 통상 이슈로까지 번질 경우 쿠팡은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가뜩이나 쿠팡은 미국 정계에 적극적인 로비를 펼쳐, 미국 정계 인사들이 쿠팡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게 했다는 '미운털'이 박혀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이들 투자사가 쿠팡 설립 초기부터 투자를 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김범석 쿠팡 의장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대대적인 로비를 거쳐 미국 정부를 끌어들였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매출은 물론 주가까지 실질적인 타격을 입은 쿠팡으로선 사안이 커질수록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투자사들의 이번 행보가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확산하면 쿠팡 사업에는 좋을 게 없다"며 "미국 정부가 개입하고 통상 마찰로까지 비화하면 대규모 조사를 벌이고 있는 한국 정부가 무슨 선택을 할지 알 수 없게 돼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ysh@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