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창고형 할인점’ 뜬다…4년 새 결제액 2배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25일, 오후 07:06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고물가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유통업계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가성비와 대용량을 앞세운 창고형 할인마트의 결제 규모가 최근 4년 새 두 배 가까이 성장한 반면, 전통적인 대형마트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주춤하는 모양새다.

트레이더스 구월점 외경. (사진=이마트)
25일 앱·결제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창고형 할인마트의 순 결제추정금액 인덱스는 2021년 12월 대비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대형마트의 2021년 12월 순 결제추정금액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당시 74.2에 불과했던 창고형 할인마트의 결제 규모는 지난해 12월 147.1까지 치솟았다. 이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불황 속에서도 창고형 할인점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게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반면 대형마트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의 순 결제추정금액 지수는 2022년 122.9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11.7, 2024년 111.4로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12월에는 87.5까지 추락했다. 이는 2021년 12월과 비교해 결제 규모가 12.5% 줄어든 수치로, 3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 오프라인 리테일 시장에서의 비중 변화도 뚜렷하다. 여전히 대형마트(농협하나로마트·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탑마트)의 결제 비중은 26.5%로 백화점·아웃렛(40.4%)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2021년 33.2%였던 점유율이 6.7%포인트나 빠지며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반해 창고형 할인마트의 결제 비중은 같은 기간 7%에서 10%로 확대되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 같은 현상은 고물가 국면에서 생활필수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대량으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트레이더스에서는 덩어리 고기(9.7%)와 필렛회(15.2%) 등 직접 손질이 필요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신선 대용량 먹거리 매출이 크게 늘었다. 또한 가성비를 강조한 자체 브랜드(PB) ‘T스탠다드’ 제품 매출 신장률은 22.6%에 달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3분기 총매출 1조 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에도 성공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구체적이다. 트레이더스 월계점을 이용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성장기 자녀가 있어 식비 부담이 큰데 대용량 포장 제품을 구매하면 확실히 저렴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어 창고형 매장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배송과 퀵커머스의 확산으로 장보기 빈도가 줄어드는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존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다”며 “반면 창고형 할인마트는 점유율은 낮아도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며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창고형 할인점 업계는 상품 차별화와 신규 출점으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적은 품목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업태 특성상 신상품과 차별화 상품이 핵심”이라며 “올해는 전체 상품의 50% 이상을 교체하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레이더스는 올해 말 의정부에 신규 점포를 출점하며 외형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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