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6.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호황으로 실적이 개선된 상황에서도 이재용 회장은 낙관론을 경계하며 기술 초격차 회복을 위한 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메모리 업황 반등으로 삼성전자 실적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를 근본적 체질 개선의 성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실적 반등 속 낙관론 경계 메시지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진행 중인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의 실적 반등 조짐을위기 탈출의 신호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에 가깝다.
삼성그룹은 최근 진행 중인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의 일환이다. 교육에선이달 초 계열사 사장단 만찬 자리에서 처음 공개된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을 상영했다.
영상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언급했던 '샌드위치 위기론'을 담겼다. 이재용 회장은 "경쟁 구도가 바뀌었고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는 메시지를 통해, 과거보다 훨씬 복합적인 글로벌 경쟁 환경에 직면해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중 패권 경쟁, 기술 블록화, 공급망 재편 등으로 기업의 전략적 선택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회장이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은, 실적 개선이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다시 한번 결정적인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전자는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실기한 결과 33년간 수성했던 글로벌 D램 시장 1위 자리를 넘겨주기도 했다. 따라서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한 이번 실적 반등을 넘어 삼성 특유의 초격차 경쟁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1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5.10.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반도체 넘어 전사 과제…AI·인재·문화로 체질 전환 가속
이 회장의 문제의식은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복합적인 경영 환경에서 비롯됐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실적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 구도는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은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확장되고 있고, 빅테크와의 협업·경쟁 구도 역시 한층 치열해졌다.
게다가 반도체 외 사업 부문의 경쟁력 회복은 삼성의 중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을 비롯한 주요 사업은 수익성과 성장성 측면에서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단순한 원가 절감이나 조직 재정비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강조한 '체질 개선'의 무게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은 최근까지 AI를 중심으로 한 전사 전략을 강화해 왔다. 메모리에서는 HBM을 축으로 한 AI 데이터센터 수요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고,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역시 AI 칩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AI 기술을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접목하는 'AI 내재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우수 인재 확보 역시 핵심 과제로 진행 중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재 유출과 확보 경쟁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했다. 삼성은 해외 연구 거점 강화와 함께, 핵심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한 보상·조직 체계 개편을 지속해서 추진해 왔다. 최근 임원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 재개 역시 리더십과 실행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기업문화 혁신은 이 같은 전략을 뒷받침하는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빠른 의사결정,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 분위기, 현장 중심의 실행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이 회장이 지난해부터 반복적으로 '삼성다운 저력'을 언급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이번 메시지를 실적 반등 이후 본격적인 '질적 전환'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순풍 속에서도 위기의식을 늦추지 않은 만큼, 향후 삼성의 투자 방향과 조직 운영에서 보다 강도 높은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k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