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엔 카페인 빼주세요"…디카페인·차가 힙해졌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25일, 오후 07:06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직장인 이모 씨(32)의 점심시간 풍경이 달라졌다. 식후 습관처럼 마시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디카페인 커피나 알록달록한 블렌딩 티(Tea)를 주문하는 날이 늘었다. 이 씨는 “오후에 카페인을 마시면 밤에 잠이 안 와서 500원을 더 내더라도 디카페인으로 바꾸거나, 아예 속이 편한 허브티를 마신다”며 “예전엔 맹물 같아서 싫었는데 요즘엔 맛도 좋고 종류도 다양해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헬시플레저 트렌드 확산으로 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코리아)
카페인 공화국 대한민국이 변하고 있다. 자극적인 각성 효과보다는 내 몸을 위한 힐링과 숙면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카페인을 덜어낸 음료들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임산부용 커피로 여겨지던 디카페인 커피가 최근 직장인들의 오후 생존템으로 등극했다. 제로 슈거(Zero Sugar) 열풍이 식음료계를 휩쓴 데 이어, 이제는 제로 카페인이 새로운 소비 코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실제 관세청 무역통계를 보면 2024년 디카페인 원두(생두+원두) 수입량은 7023t(톤)으로 사상 처음 7000t 고지를 밟았다. 이는 2018년(1724t)과 비교하면 불과 6년만에 4배 이상(307%) 폭발적으로 성장한 수치다.

시장 판도를 바꾼 건 접근성이다. 과거 스타벅스 등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만 볼 수 있었던 디카페인 옵션이 최근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 저가 커피 브랜드로 전면 확대됐다.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500~800원가량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함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따지는 저가 커피 고객들도 ‘수면의 질’과 ‘건강’을 위해서는 기꺼이 추가 금액을 지불하는 추세”라며 “오후 2~4시 사이 디카페인 주문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인이 사라진 자리는 다채로운 차(Tea)가 채우고 있다. 씁쓸한 녹차나 둥굴레차에 머물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과일이나 탄산수를 섞은 ‘티 에이드’, 우유를 더한 ‘밀크티’,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입맛을 저격한 ‘쑥·흑임자 라떼’ 등 다양한 변주가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지난해 전체 티 음료 판매량이 8% 성장했고, 특히 20대 고객의 티 음료 구매량이 전년대비 약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몽 허니 블랙티’는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부동의 판매 1위 음료로 자리 잡았고, 공차 등 티 전문 브랜드뿐만 아니라 코스 요리처럼 차를 즐기는 ‘티 오마카세’ 문화까지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뉴노멀이 될 것으로 본다. 이은하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커피를 ‘잠을 쫓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했다면, 지금의 2030 세대는 음료를 나를 돌보는 리추얼(의식)로 여긴다”며 “카페인 부담 없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디카페인과 티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세분화되고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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