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의 뚝심 통했다…테네시 제련소 수조원 가치 창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25일, 오후 06:53

[이데일리 김기덕 김성진 기자] “최소 2조~3조원의 수익이 가능합니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을 앞두고 최근 이데일리와 서울 모처에서 만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약 11조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와 관련,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가 있었기에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했고,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테네시주에서 통합제련소를 짓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모아두는 폰드장에 모아둔 66만톤(t)에 달하는 폐기물은 공짜로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를 추출 기술을 통해 게르마늄 등 고부가가치 희귀금속으로 대거 전환하면 가공비를 제외해도 수조원의 가치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딱 5개월 전인 2025년 8월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제사절단에 합류했던 ‘미스터, 크리티컬 미네랄(Mr. Critical Minerals)’ 최 회장의 시계는 유독 빨리 돌아갔다. 탈중국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로부터 사업 협력 제안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눈코 뜰 새 없이 줄회의가 이어졌다. 약 11조원 규모의 미 제련소의 첫 퍼즐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국가안보·경제에 핵심인 전략 자산을 키우려는 목적, 비철금속 분야 고려아연의 초격차 기술력, 최 회장의 신시장 개척에 대한 강한 의지와 뚝심이라는 3박자가 어우러지며 테네시주 통합 제련소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제련소 투자는 미국의 요청…최 회장, 미국행 또 올라

최 회장은 미국과의 핵심 광물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 이달 19~23일까지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에너지·광물 분야 주요 기업 CEO,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등과 연쇄 미팅을 하고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를 포함한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을 방문하고 핵심 광물 대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테네시주 통합 운영을 위한 기술 전수나 인력 개발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제련소 한 곳에서 10여개 핵심광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전세계적으로도 고려아연이 사실상 유일할 정도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최근 고려아연은 미국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내 희토류 산화물 생산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전세계 90% 이상 정제 능력을 가진 희토류는 방위·첨단산업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2일 워싱턴D.C.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탈중국 광물 공급망의 모범 사례로 고려아연을 지목한 바 있다.

고려아연이 인수한 니르스타 클락스빌 아연 제련소 전경 .(출처=나르스타 제련소)
적극적인 미국의 협조가 테네시주 공장 인수작업을 빨라지게 했다. 당초 고려아연의 미국 비철금속 제련소 부지로 미국 전역 60여곳을 검토하다가 테네시주, 미시시피주, 텍사스주 3곳으로 압축됐다. 이 중 테네시주 클락스빌 부지는 높은 물류 접근성에 풍부한 핵심 생산 가능인구, 핵심광물을 회수할 수 있는 다수의 폰트장을 갖춘 최적의 장소로 고려돼 최종 선정됐다. 또 테네시주 자체의 적극적인 세제 지원도 이 곳을 선정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클락스빌 제련소 직원 350여명을 고용승계해 통합 제련소 준공 때까지 교육, 전문 인력으로 확보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초 준공 시기를 2030년으로 잡았는데, 최대한 빨리 해달라는 미국 측의 요청으로 2029년으로 당긴 것으로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준공식을 개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빠르게 현지 제련소를 지을 수 있는 이유로는 해외 생산기지 설립을 검토했던 경험이 꼽힌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제련소를 지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미 협력업체와 엔지니어 등을 추려놨다는 것이다. 잔여 광물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다. 최 회장은 다보스포럼 현장 인터뷰에서 “미국 제련소 투자를 통해 부지에 남아 있는 잔여 금속을 활용해 약 30억 달러 규모의 아연·구리·납·은 등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올해 3월 주총 분수령…MBK·영풍 갈등 가능성도

미국 정부의 고려아연 지분 투자는 경영권 분쟁을 겪는 최 회장 측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전쟁부 등과 합작해서 만드는 크루서블 JV를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고려아연은 유증 후 지분율에서 MBK·영풍을 소폭 앞설 것으로도 예상된다. 만약 5.14%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줄 경우 최 회장은 이사회 주도권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MBK와 영풍 간 갈등이 벌어질 수 있을 거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MBK와 영풍은 지난 2024년 9월 추석 연휴 바로 직전 주주간 계약을 맺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는데, 공개매수 완료 후 2년이 지나면 MBK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심은 콜옵션 행사 가격에 집중되고 있다. 법원은 고려아연 측이 제기한 MBK와 영풍 간 계약 서류를 공개해달라는 신청을 지난해 말 인용했다. 업계에서는 콜옵션 계약 금액이 1주당 70만원 안팎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데, 현재 고려아연 주가가 150만원 부근에서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MBK와 영풍이 콜옵션 행사를 놓고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이사회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로 하반기에 접어들면 MBK와 영풍 간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 전경.(출처=고려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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