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HBM4 엔비디아 물량 70% 점할 듯…올해 영업익 130조 시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28일, 오후 07:03

[이데일리 송재민 김소연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47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영업이익은 130조원을 넘어서리란 긍정적인 전망에 힘이 실린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시장 주도권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산업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올해 특히 차세대 제품인 HBM4 시장에서 엔비디아 물량의 상당 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실적 흐름은 단기 업황 반등이 아닌 인공지능(AI)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된 공급 구조의 결과라는 평가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100조원에 근접한 97조원에 달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연간 영업이익은 47조2000억원을 기록해,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43조5300억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1위에 올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매출은 32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20조원에 육박했다. 4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58%까지 상승해 과거 반도체 초호황기에 버금가는 성과를 냈다. 특히 이같은 영업이익률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4분기 영업이익률(54%)을 4%포인트 앞선 결과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49%로, TSMC(50.8%)와 2%포인트도 나지 않는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HBM이 있다. 5세대 HBM인 HBM3E를 중심으로 한 AI 가속기용 메모리 공급이 빠르게 확대되며, 실적의 중심축이 범용 D램에서 AI 메모리로 이동했다. 서버용 일반 메모리와 기업용 SSD(eSSD) 수요 회복과 가격 상승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범용 D램 가격 반등까지 겹치며, 과거와 다른 질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 “올해는 확실…내년까지도 간다”

미국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고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지속함에 따라 호실적은 지속할 전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으로 돈을 벌고, 범용 D램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메모리 업체들은 이중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됐다”며 “AI 투자가 현재 수준으로 이어진다면 실적 흐름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도 공급 측면에서 같은 진단을 내놨다. 그는 “AI 투자를 두고 버블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의 AI 확산 속도를 보면 메모리 수급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며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신규 팹 투자는 대부분 2028~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어, 최소 내년까지는 메모리 공급 부족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대만 반도체 업체 PSMC의 공장을 인수하고 미국 뉴욕주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본격적인 메모리 양산은 수년 뒤로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캠퍼스에서 D램 라인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나 가시적인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 (사진=연합뉴스)
◇ HBM4 엔비디아 물량 70%…‘수율·안정성’이 관건

업계의 시선은 차세대 제품인 HBM4로 옮겨가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올해 HBM4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약 70%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물량 상당 부분을 SK하이닉스가 담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HBM4에 대해 이미 업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구축했고, 고객이 요청한 물량을 현재 생산 중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HBM3E와 HBM4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검증된 품질과 양산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술 전략에서도 차별화가 뚜렷하다. SK하이닉스는 HBM 베이스 다이를 TSMC에서 생산하고,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최적화를 진행하는 ‘삼각 동맹’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베이스 다이를 자체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HBM4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김형준 단장은 “삼성은 1c 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설계를 새로 가져가면서 발열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술적으로 캐치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독점’은 아니어도…주도권은 하이닉스

업계는 HBM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완전한 독점 체제를 계속 가져가긴 힘들 것으로 본다. 다만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엔비디아향 물량을 과반 이상을 담당할 것으로 본다. AI 반도체 칩 수요가 폭증하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에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물량 자체를 삼성전자가 모두 따라잡기 힘들 수 있어도 상당 부분 기술력을 따라온만큼 경쟁 구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종환 교수는 “HBM은 선주문·장기 계약 구조라 가격 변동성이 낮고, 양산 경험에서 나오는 데이터 격차도 큰 편”이라며 “HBM4 세대까지는 SK하이닉스의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해 SK하이닉스가 연간 영업이익이 130조원을 달성하리란 전망은 과도한 장밋빛 관측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HBM 비중 확대에 따른 수익성 구조 변화, 메모리 공급 부족 지속, 엔비디아향 물량 확보 가능성 등을 종합하면 이익 체력 자체에서 레벨업을 이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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