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전주 기금운용본부(사진=국민연금)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목표 비중 상향이 향후 수급 흐름 개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6일 2026년도 제1차 회의를 개최하고 중기 자산 배분 계획상 국내 채권 목표 비중을 기존 23.7%에서 24.9%로 상향 설정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은 21.5%에 그쳤다. 시장 일각에서는 다른 자산 비중이 상승할 가능성을 반영하면 현재 국내 채권 비중은 21%대 초반까지 낮아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 전체 기금 규모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437조9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 비중과의 괴리만으로도 상당한 매수 여력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비중을 적용할 경우 목표 대비 약 3.4%포인트(p)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약 48조원 규모로 최대 매수 여력은 50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국민연금)
여기에 국내 채권의 자산배분 허용 범위도 국민연금의 대응 여지를 넓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는 ±7%,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 범위는 ±5%로 총 ±12%의 변동 여지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 채권 비중은 여전히 SAA 허용 범위 하단에 위치해 있다는 게 채권시장의 중론이다.
한 채권 운용역은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비중이 타 자산군 대비 목표 포트폴리오와의 괴리가 가장 크게 벌어진 상황”이라며 “해외주식 투자 축소 방침이 병행되고 있는 만큼 괴리 축소 과정에서 국내 채권으로의 점진적 매수 유입 가능성이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국내 채권시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 채권시장은 수급 부담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채권 발행이 활발한 연초임에도 불구하고 주식 등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 상품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면서 수요 대비 공급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5대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 잔액도 지난해 말 대비 약 33조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도 7조원 가량 줄었다. 수시입출식예금 특성상 단기 변동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존재한다. 머니무브가 채권형 자산이 아닌 고수익 자산으로의 이탈 형태를 보이고 있어 회사채 시장의 수급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흐름은 스프레드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전년도 말 대비 연초 기준 AA-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2025년 마이너스(–) 8bp를 기록하며 수요가 유입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마이너스(-) 2bp에 그치며 수급 개선이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 실제 1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기준금리 대비 –10bp를 웃도는 두 자릿수 언더 발행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제한적인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채권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시장 내 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자금이 주식시장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오히려 늘어나는 국면이라 수급 여건이 전반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했다.
(표=하나증권)
다만 국민연금의 매수 여력 확대만으로 최근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고채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이에 걸맞는 채권 가격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국민연금의 매수는 수급 부담을 일부 완화해줄 수는 있겠지만, 큰 흐름에서는 여전히 수급이 불리한 환경”이라며 “국고금리의 방향성이 아래쪽으로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채권시장 전반의 심리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금리 언더 발행도 한 자릿수 bp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수요가 강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적극적인 매수가 나오기에는 아직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