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1분기 양산” 맞불…1위 수성 자신하는SK, 판뒤집기 나선 삼성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29일, 오후 09:41

[이데일리 송재민 박원주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의 양산 시점을 앞당기며 정면 대결에 돌입한다. 인공지능(AI) 메모리의 핵심 부품인 HBM4를 둘러싸고 두 회사가 기술 경쟁을 넘어 양산 속도와 공급 주도권을 겨루는 전면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29일 열린 양사의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HBM 시장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전략이 드러났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시장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재확인하며 선두 굳히기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는 HBM4를 기점으로 판도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센터 SK 하이닉스 부스에 HBM4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 다음달 HBM4 출하…매출 3배 이상 확대

삼성전자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기술 경쟁력을 토대로 HBM4를 적기에 공급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개발 착수 단계부터 제덱(JEDEC) 기준을 상회하는 목표를 설정했고, 주요 고객사 요구 성능이 높아졌음에도 재설계 없이 샘플 공급 이후 순조롭게 퀄 테스트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다음 달 출하 양산 일정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HBM4 제품 양산이 진행 중이라며 다음 달부터 최상위 제품을 포함한 양산 출하가 예정돼 있다고 선언했다. 김 부사장은 “현재 준비된 캐파(생산능력)에 대해서는 전량 구매주문(PO) 확보를 완료했으며, 올해 당사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AI 메모리인 고용량 DDR5, 소캠2, GDDR7 등 제품의 비중 확대도 전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로드맵도 구체화했다. HBM4E(7세대)는 올해 중반 스탠다드 제품 샘플링을 진행하고, 하반기에는 커스텀 HBM 제품의 웨이퍼 초도 투입을 전개한다는 구상이다. 삼전자 DS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전사 영업이익의 약 80%인 16조 4000억 원을 책임지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180조원을 넘보며 장기간 이어질 메모리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가 기대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SK하이닉스, 압도적 점유율 유지할 것

SK하이닉스는 이날 삼성전자보다 한 시간 먼저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시장 리더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 김기태 부사장은 “당사는 HBM2E 시절부터 고객, 인프라 파트너사와 원팀으로 협력해 시장을 개척해 온 선두 주자”라며 “단순히 기술이 앞선 수준을 넘어서 그동안 쌓아온 양산 경험과 품질에 대한 고객 신뢰는 단기간에 추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쟁사인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진입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지속해서 가져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수요가 폭증하면서 SK하이닉스 생산 물량으로도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기태 부사장은 “현재 생산력 극대화에도 불구하고 고객 수요를 100%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경쟁사의 진입이 예상되지만 성능과 품질 기반의 리더십과 주도적 공급사 지위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HBM4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등에 탑재될 HBM4 물량의 약 3분의 2를 SK하이닉스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HBM4는 맞춤형 시대 서막…삼성·SK 동반 호재”

HBM4 대전은 기술 표준 선점과 생산 수율을 극대화하는 ‘제조 경쟁력’ 싸움으로 귀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명예교수는 “글로벌 AI 트렌드는 메모리를 어떻게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최적화해 저전력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메모리 제조뿐만 아니라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잘 아는 인재가 많아 우위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삼성전자의 반격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HBM4부터는 입출력(I/O) 개수가 늘어나고 베이스 다이를 로직 공정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파운드리 역량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가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로직 다이에 고객 요구를 맞춤형으로 넣는 ‘커스텀 HBM’ 시대에 삼성의 종합 역량이 강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단기적으로는 삼성의 약진을 점쳤다. 문 교수는 “지난 1년간 SK하이닉스가 선점 효과를 누렸지만, 올해는 삼성전자가 더 유리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삼성이 HBM4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실적 구도는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속되는 초호황기…“한국 메모리 경쟁력 금방 못 따라와”

전문가들은 AI가 산업 전반에 걸친 변화에 중심에 있기 때문에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AI는 일시적인 슈퍼사이클이 아니라 전 산업을 바꾸는 중심에 있다”며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AI, 의료·제조 현장에서 AI를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뿐만 아니라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규격 등 하이테크 메모리 수요가 전방위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교수 역시 “피지컬 AI나 새로운 생성형 모델의 등장으로 메모리 초호황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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