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가 분리’ 여전한데…바이비트 ‘제2 로빈후드’ 변신

경제

이데일리,

2026년 1월 29일, 오후 11: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두바이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바이비트(Bybit)가 미국 달러화를 비롯한 전 세계 18개국 통화(법정화폐)를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는 계좌를 출시하며 고객들에게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에선 전통금융과 가상자산 간 분리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이처럼 두 영역을 겸업하는 기업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바이비트 거래소


벤 저우 바이비트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비트는 동유럽 국가인 조지아에서 은행업 인가를 받은 스타트업 은행인 ‘페이브 뱅크(Pave Bank)’ 등 파트너 은행들과 협력해 이 같은 계좌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이뱅크(MyBank)’로 불리는 이 계좌에는 국제은행계좌번호(IBAN)가 부여되며, 고객들은 18개 통화를 입·출금, 이체할 수 있게 된다. 저우 CEO는 금융당국의 규제 승인 절차를 전제로 이 계좌가 2월 중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새 IBAN 계좌를 이용하려면 고객은 바이비트와 파트너 은행 양측이 수행하는 ‘고객신원확인(KYC·Know Your Customer)’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이로 인해 바이비트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네오뱅크(neo-bank)’에 더 가까운 모습이 될 수 있다. 네오뱅크 범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업체인 레볼루트(Revolut)와 로빈후드(Robinhood)는 은행·주식 거래 서비스로 수 백만명에 이르는 사용자를 끌어모은 뒤 가상자산 거래로 사업을 확장했다. 반면 바이비트는 그와 반대로 가상자산 중심의 플랫폼에서 출발해 은행 서비스를 더하는 새로운 확장 전략을 보이고 있다.

저우 CEO는 ”파운드화나 미 달러가 입금되는 순간 사용자는 이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을지, 가상자산으로 옮길지 선택할 수 있다“며 ”이는 아주 큰 업데이트“라고 말했다.

바이비트는 거래량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로, 자사 웹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고객 수는 8100만명을 넘는다. 저우 CEO는 바이비트의 강점이 글로벌 유통망에 있다고 보면서, 이미 200개가 넘는 관할권에서 활동하고 있고 운영 지원을 위해 약 2000개 은행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자산 영역을 넘어서는 이 같은 시도는 바이비트에게 처음은 아니다. 앞서 바이비트는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s for Difference)라는 파생상품을 제공하며 원자재와 주식 거래로도 사업을 확장한 바 있다.

아울러 저우 CEO는 바이비트가 기관투자가를 위한 신규 수탁(custody)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상품은 주로 실물자산 토큰화(RWA·Real World Assets Tokenization)에 참여하는 은행 및 대형 투자자들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을 디지털 형태로 표현해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바이비트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s)’에는 거리륻 두기로 했다. 저우 CEO는 ”내부적으로 검토해 봤지만 컴플라이언스(준법) 관련 문제가 많았다“며 ”그래서 중앙화 거래소들이 이런 상품을 내놓는 것을 아직 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비트가 특히 주목하는 또 다른 영역은 미국 시장이다. 친(親)가상자산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체제 아래에서 미국은 글로벌 사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테더(Tether Holdings SA)는 대표 상품인 USDT에 더해 미국 시장을 겨냥한 스테이블코인을 막 출시했고, 가상자산. 거래소 OKX는 지난해 현지 당국이 제기한 혐의를 합의로 마무리한 지 몇 주 만에 미국 내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저우 CEO는 바이비트 역시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인가(라이선스)를 보유한 파트너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주식시장 상장(IPO)은 ”장기 목표“라며 ”점점 더 준비가 갖춰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장 추진과 관련해 자문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 주요 은행들과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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