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 비트코인은 자산이라기보다 분산원장 기술의 개념 검증 대상에 가까웠다. 법인이나 금융기관이 이를 보유하지 않은 이유 역시 법적 금지 때문이 아니라 자산으로서의 신뢰를 포함한 제도적 기반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초기 단계에서 비트코인의 보유는 대부분이 개인 중심이었다. 거래소 인프라도 미비했고, 감독 체계 역시 전무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개인 투자자의 저변이 확대되며 보유가 분산되는 시기였다. 이 시기에도 기관·법인 참여는 제한적이었고, 시장은 주로 개인 중심으로 형성됐다.
2020년 이후 상장사인 스트래티지(Strategy Inc, 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기업 재무의 핵심 자산으로 공식 보유하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은 처음으로 ‘법인의 전략 자산’이라는 지위를 획득했다. 이후 테슬라를 비롯해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Marathon Digital Holdings)와 라이엇 플랫폼즈(Riot Platforms) 같은 상장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채굴 물량의 보유 전략을 강화했다.
(사진=챗GPT)
2024년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은 비트코인의 기관보유 비중을 결정적으로 늘리는 계기가 됐다. ETF를 통해 연기금, 자산운용사, 은행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고, 비트코인은 사실상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일부로 편입됐다.
온체인 분석에 따르면 전체 비트코인 총 채굴량 약 1990만 개 중 최소 300만개 이상은 개인키 분실 등으로 영구적으로 유통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제외한 실질 유통량을 기준으로 보면 ETF·상장사·정부 보유분 등을 통해 관리되는 물량을 합산할 경우, 기관과 법인이 사실상 통제하는 비트코인의 비중은 이미 4분의 1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특성상 최종 실소유자를 100% 특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으로 ETF 보유량, 상장법인의 재무 공시, 중앙화 커스터디 집중도와 같은 검증 가능한 지표를 통해 소유 구조의 변화를 추정한다. 이 지표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비트코인의 소유 주체는 개인을 넘어 일반 법인, 나아가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 단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법인의 비트코인 보유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대신 공시, 회계, 자금세탁방지, 커스터디 안정성 등 사후 규율을 통해 위험을 관리한다. 규제의 초점은 ‘보유 여부’가 아니라 ‘관리 방식’에 있다.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있는지 여부를 막는 것이 아니라 보유하는 경우 어떠한 책임과 통제를 부담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은 비트코인의 법인 취득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하지만 법인의 비트코인 보유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대부분의 법인이 비트코인을 취득할 수 없다. 원화 기반 거래에 필수적인 은행 실명확인 계좌가 법인에게 발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명확한 허용 기준과 책임 분담 구조가 부재한 상황에서 은행은 잠재적 제재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법인의 암호자산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는 입법에 의한 금지와 동일한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시장에서 비정상적이고 우회적인 소유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기업은 비트코인을 재무자산으로 편입하겠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법인이 직접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취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개인이 먼저 비트코인을 보유한 뒤 이를 법인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법인의 비트코인 취득이 이뤄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인이 직접 비트코인을 취득할 수 없는 제도 환경에서 최대주주인 개인이 개인에게 허용된 거래소 경로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한 뒤 이를 법인에 이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현행 규제가 시장 참여 구조를 왜곡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이 구조가 탈법이나 편법을 의도했다기보다 제도적 차단을 회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법인이 직접 비트코인을 취득할 수 있었다면 굳이 대주주 개인을 통한 복잡한 거래 구조를 설계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행 규제 환경에서는 법인의 정상적인 시장 접근이 봉쇄돼 있다. 그 결과 법인이 실제 취득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인 대주주가 취득하여 법인에 양도하는 우회적 형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트코인의 소유 구조가 개인에서 법인과 기관, 나아가 국가로 이동한 것은 단기적 유행이 아니라 지난 15년간 축적된 신뢰의 결과다. 이미 실질 유통량 기준으로 상당 부분이 법인과 기관의 관리 하에 들어온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만이 사실상의 봉쇄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 질서의 거대한 변화 흐름에서 스스로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명시적 금지는 없지만 정상적 접근 경로가 차단된 현재의 제도는 위험을 관리하기보다 은폐하고, 투명성을 높이기보다 우회를 조장한다. 세계가 이미 선택한 방향이 수치로 확인되는 현실 앞에서 한국이 계속 제도적 공백에 머무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질문은 이제 정책 논의의 중심으로 옮겨와야 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