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부르는 울음소리의 정체는 AI…금감원 '보이스피싱' 경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7일, 오전 12:08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미성년 자녀를 둔 A씨는 아이가 보통 학원에 있는 저녁 시간대에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 상대방은 “◇◇이(자녀 이름) 엄마시냐” 묻고 우는 아이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애가 발로 차서 내 핸드폰이 망가졌다”며 “내 차에 애를 데리고 있는데, 핸드폰 수리비 50만원만 입금하면 차에서 내려주겠다”고 했다. 자녀 걱정에 눈앞이 캄캄해진 A씨는 납치범이 불러준 계좌번호로 5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자녀의 피해 사실은 없었고 아이의 울음소리는 AI(인공지능)으로 만든 것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됐다.
(이미지=챗gpt로 생성)
1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녀 납치를 빙자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성행하고 있어 금감원이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최근 미성년 자녀와 학부모의 이름, 연락처 등 정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늘어나고 있다. AI로 조작한 자녀 울음소리로 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소액 송금을 유도해 예·적금 해지나 대출 실행 없이 즉각 금전을 편취해 단기간에 범죄를 일으키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한 교육사업 운영 회사의 해킹 사고 등이 보이스피싱 피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소비자 불안도 커지고 있어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이 확인한 실제 사기 사건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아이들이 학원에 있어 쉽게 연락되지 않는 저녁 또는 늦은 오후 시간대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미성년 자녀의 이름, 학원명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며 전화로 접근했다. 이들은 자세한 상황 설명 없이 우선 자녀를 바꿔주겠다고 하며 우는 소리를 들려줘 공포를 조장한다. 이때 자녀의 울음소리는 AI로 조작한 가짜 목소리로 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상황 판단 능력을 흐리게 만든다.

사기범은 피해자의 자녀가 욕을 했다거나 자신의 휴대폰 액정을 망가뜨렸다는 등 일상에서 있을 법한 일을 꾸며내 피해자의 자녀를 차로 납치(감금)했다며 술값, 수리비 등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한다. 과거 아이를 납치 및 장기 밀매를 빙자로 고액을 요구하던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범죄 대상을 특정하고 일상에서 있을 법한 거짓말로 소액을 요구하는 등 교묘하게 진화한 것이다. 또 일반적인 보이스피싱과 달리 소액(50만원 등) 송금을 요구하며 단시간에 범죄를 일으킨다.

금감원은 우선 자녀 울음소리와 함께 아이가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경우 전화를 끊고 자녀에게 직접 전화해 위치와 안전을 확인해 볼 것을 권장했다. 사기범은 전화를 끊지 못하게 압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한다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신속히 보이스피싱 신고 후 해당 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하라고 했다. 지급정지 요청이 빠를수록 피해금을 환급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피해사실을 인지한 후 즉시 지급정지를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감원은 또한 통신사의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자녀 납치를 빙자한 보이스피싱 수법은 자녀의 이름뿐 아니라 학원명, 주소, 연락처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조합해 자녀의 일상에서 있을 법한 내용 및 방식으로 접근하는 등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어 피해자 스스로 사기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통신사의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이스피싱 여부를 휴대폰 알람으로 받을 수 있어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추가적인 보이스피싱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전화번호가 긴급 차단될 수 있도록 제보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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