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육수 베이스인 신라면 골드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과거 배고픔을 해결하던 단일 제품에서, 이제는 소비자의 세분화된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는 미식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신라면 골드는 약 2년 반 전 해외에서 출시된 신라면 스파이시 치킨을 모태로 해 출시했다. 하지만 농심은 이 제품을 그대로 들여오지 않고,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춰 재설계하는 과정을 거쳤다. 가장 큰 차별점은 후첨 조미유다.
농심 관계자는 “수출 제품은 향신료의 향이 강한 편인데, 국내 제품은 이를 낮추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 별도의 조미유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분말 스프가 맛의 베이스를 잡는다면, 대파, 양파, 고추 등 야채와 닭을 추출한 조미유는 조리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 풍미를 폭발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프개발팀 연구원은 “조리 중 기름을 미리 넣으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반드시 불을 끄고 마지막에 넣어야 의도한 맛이 구현된다”며 “이는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깊은 닭 육수 맛을 내기 위한 R&D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신라면 골드의 맛이 언제나 일정하다고 느끼지만, 그 이면에는 맛을 지키기 위한 농심 R&D센터의 치열한 보정 기술이 숨어 있다.
농심은 내부적으로 스프 배합비를 처방전이라 부른다. 문제는 스프의 주원료인 고추, 마늘, 밀가루 등 농산물이 기후나 작황에 따라 맛이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가 많이 온 해의 고추는 덜 맵고, 건조한 지역의 밀가루는 단단함이 다르다.
농심 관계자는 “같은 제품이어도 원료가 입고될 때마다 매운맛 지수 등을 분석해 처방전을 수시로 변경한다”며 “소비자가 느끼는 맛의 표준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배합비를 미세 조정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품질 관리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신라면 골드 역시 출시 이후 집중적인 품질 모니터링을 통해 미세한 맛의 편차를 잡아가고 있다.
신라면 골드 개발자들이 개발 과정에서의 뒷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장진아 간편식개발팀 책임, 김도형 면개발팀 책임, 위기현 스프개발팀 선임. (사진=신수정 기자)
연구소 측은 “신동원 회장을 비롯해 대표이사, 연구소장 등 10여 명의 경영진이 참석하는 시식 회의가 수차례 열렸다”고 전했다.
경영진은 최종 결과물만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중간 단계부터 참여해 맛의 방향성을 수정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함께 고민했다. 실제로 개발팀은 “경영진 품평회에서 이 맛은 브랜드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다시 한 달간 제품을 수정해 보고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합을 맞춰 나갔다”고 밝혔다.
가장 한국적인 매운맛으로 세계를 정복한 신라면이, 이제는 역으로 세계적인 트렌드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해 안방 식탁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신라면이라는 추억을 간직함과 동시에 요즘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맛을 즐기고 싶어 한다”며 “이러한 니즈에 맞춰 제품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야만 브랜드가 미래에도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