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기계·금속·식품 등 낮 시간을 중심으로 조업에 나서는 업종의 경우 전기 요금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지만, 문제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과 같은 24시간 연속 공정이 필요한 산업이다. 안 그래도 상승세를 지속해온 전기 요금이 산업 경쟁력을 발목 잡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해온 기업들의 ‘탈한전’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태양광이 급증하며 낮 시간 전력 과부하로 생길 수 있는 대규모 정전 등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지만, 가격 때문에 수요가 낮에만 몰리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칫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력망 안정성이 흔들릴 수도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계절·시간별 요금제 개편과 함께 전력직접구매 등 시장 설계를 재정비하는 한편, 위기 업종에 대한 기업 지원 정책 마련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일 이데일리가 전력거래소의 2024년 시간대별 전력거래량과 현 산업용 요금 구조, 정부의 제도 개편 취지를 고려해 새 산업용 계절·시간별 요금제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평일 주간(9~18시)에 조업이 집중된 중소기업의 경우 연평균 전력량요금 단가가 1킬로와트시(㎾h)당 115.6원에서 89.1원으로 약 23% 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주 7일 24시간 가동하는 대형 사업장의 경우 현 131원에서 133~137원으로 1~4%가량 올랐다.
이 같은 계산을 적용하면 야간·새벽 근무가 없는 100명 규모 공장의 경우 현재 4억원대의 전기 요금을 3억원대로 약 1억원가량 낮출 수 있다. 반대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현행 체계에서 전기 요금이 저렴한 새벽에 주요 공정을 진행해온 기업들의 경우 최대 4%가량의 요금 인상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곳들은 대개 대형 사업장으로, 이미 전기 요금이 수천억원에 이르다 보니 1%만 인상해도 수십억원의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데이터센터나 냉동창고 등 물류 사업장의 요금 부담 역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철강·석화와 마찬가지로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의 가동을 중단할 수 없어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 등은 24시간 작업을 진행하지만, 부하가 집중되는 시간대를 옮길 여지가 있어 사업장에 따라 요금 부담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계절·시간별 요금제 개편으로 한국전력공사(한전) 중심의 전력시장 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처럼 자가발전 비중이 높은 기업은 이번 개편의 영향이 제한적인 반면 현대제철(004020) 등 한전 의존도가 큰 곳은 요금제 개편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기업들이 직접 발전량을 늘리거나 전력구매계약(PPA)에 나서는 탈한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처럼 PPA 활용을 신청한 기업이 증가하며 지난해 말 20여곳에 이르고 있다.
◇과도한 낮 요금 인하 역효과 불러올 수도
전력 당국도 산업계 영향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재편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낮 시간대 요금을 내려 전력 수요를 해당 시간으로 유도한 후 밤 시간대 요금을 올려야 전체 요금 체계를 지킬 수 있지만, 정통 제조업 위축과 탈한전을 비롯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에너지 구조전환 비용을 기초산업이 나홀로 떠안는 구조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또한 ‘낮은 전기 요금’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자칫 낮 시간대 전력이 오히려 부족해지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태양광 발전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지만 기상 여건 등에는 아직 취약해 불안정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여름철 냉방 전력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전력이 낮 시간대에만 쏠리는 것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단계적으로 교육과 일반, 농업용 등 여러 분야로 계절·시간별 요금제를 확대 추진하는 한편, 기업에는 전력을 예측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위기 업종 전용 요금제 검토, 고효율 설비 등 인프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산업계의 전기 요금 부담 완화는 계절·시간 요금제 개편과는 별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계절·시간별 요금제도 일단 산업용에 적용하되 교육·농업용 등 다른 용도별 요금제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