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자본시장으로 가는 길[금융시장 돋보기]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2일, 오전 07:05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코스피가 5000을 넘어서자 프리미엄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마침 지난해부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미국 예외주의가 약화하고 있어 미국 이외 시장의 프리미엄화 기회가 열리고 있다. 선진화를 넘어 선진 시장 간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자본시장 프리미엄 국가 전략이 신뢰(투자자보호제도), 혁신생태계, 시장효율(플랫폼 경쟁력) 등 세 측면에서 정합적으로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자본시장은 신뢰 회복이라는 하나의 기둥을 세우는 데 주력해 왔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일련의 상법 개정이 신뢰회복의 변곡점이 되며 코스피 5000으로 이어졌다. 예정된 자사주 소각, 스튜어드십코드 강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 등의 로드맵은 자본시장의 완전한 정상화를 가능케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지배구조 개혁이 기존 대기업 경영체제와 건전한 긴장관계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한국적 기업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의 기술주도 글로벌 경쟁 환경은 오너 경영의 장기투자 장점과 일반주주의 주주가치 경영 요구가 기업의 장기 가치 제고로 수렴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물론 지배구조 개혁만으로 프리미엄 자본시장이 될 수는 없다. 산업 혁신이 자본시장을 통해 제대로 평가받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혁신할 유인이 생기고 자본시장은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혁신투자 생태계는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대전환이 대규모 장기 모험자본의 경쟁이 되면서 기업가형 정부(entrepreneurial state)가 직접 조성의 주체가 되고 있다. 우리도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모태펀드 40조원이라는 전례 없는 모험자본을 민간 합동으로 조성하고 있다. 그런데 회수생태계는 상당한 정비가 필요하다.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35조원, 벤처투자 40조원은 간접투자 방식이라 투자자산 만기와 펀드 만기의 불일치가 불가피하며 회수 불확실성이 민간 모험자본의 투자를 멈칫하게 한다.

회수생태계 조성의 기본 방향은 혁신투자의 단기성과보다 장기적인 실물옵션가치대로 평가하고 그것을 회수할 수 있는 최적의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주된 회수 경로인 코스닥은 기업공개(IPO)든 퇴출이든 당장의 재무성과보다 실물옵션가치가 다산다사 진입퇴출제도에 반영돼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가장 취약한 인수합병(M&A) 회수 경로는 틀을 바꾸는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활성화해 상장대기업이 전략투자자로서 M&A를 쉽게 할 수 있어야 주식시장도 역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 상장 벤처기업 간 M&A도 코스닥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하다. 좀비기업 퇴출정책 강화와 함께 이들 간 M&A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세액공제, 보증한도 등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벤처캐피탈이 회수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세컨더리펀드, 컨티뉴에이션펀드 등에 대한 세액공제, 취득세 등 세제혜택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민간 모험자본의 투자 목적은 결국은 성공적인 회수이기 때문에 회수시장이 발전해야 자본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확대되며 자본시장이 고도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투자수요만으로 프리미엄 시장이 될 수는 없다. 외국인투자 확대를 위해 정책면에서는 최근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역외 원화결제 허용, 외국인투자등록제도 폐지, 옴니버스(통합) 계좌 실효성 제고 등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정책과 함께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기반으로 투자자 맞춤형의 다양한 플랫폼 혁신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코스피, 코스닥 등 시장지수 중심의 한국시장 브랜딩은 주식시장 양극화가 글로벌 트렌드인 상황에서 프리미엄 시장으로 도약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시장지수 중심에서 대표지수 중심으로 브랜딩 전략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종목이 나스닥 상장인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인지가 중요하지 않듯이 우리도 코스닥의 혁신대기업을 포함한 대표지수를 적극 브랜딩하는 것이다. 그래야 브랜드의 투자가치가 담보되고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경계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개미 투자자에게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MSCI 지수 편입은 기관투자자 자금이 1차 타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소매투자자가 크게 부상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미국 NYSE에 상장된 한국시장 상장지수펀드(ETF)(EWY)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하루 거래량이 아시아 톱 수준으로 금융중심지 경쟁력이 우리보다 높은 홍콩시장 ETF(EWH)나 호주시장 ETF 거래량을 압도하고 있다. AI 등 첨산전략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대표기업들이 톱픽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개미 유인을 위해 홍콩처럼 복수통화 ETF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중국본토 투자자가 홍콩시장에 위안화로 투자할 수 있도록 고안된 상품이다. 우리도 몇몇 주요 ETF에 대해 달러표시 거래를 허용하는 복수통화 ETF를 외국인 전용으로 도입한다면 수요기반 확대와 서양개미발 원화수요로 외환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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