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기자금 한달새 '30조' 빠져나갔다…3년만에 최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2일, 오전 06:00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감소 추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보다 더 낮추겠다고 예고해 가계대출 ‘긴축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가 급등에 입출입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이 1월에만 30조원 넘게 증시로 빠져 나가면서 은행은 자금조달 비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달도 채 안돼 2조 가까이 줄어든 가계대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765조861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767조6781억원)보다 1조8162억원 줄었다. 남은 이틀 동안 가계대출이 일부 늘었더라도 1월 전체로는 감소가 확실시된다.

이는 전월인 작년 12월 4563억원 감소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축소하는 흐름이다. 5대 은행에서 가계대출이 2개월 이상 연속으로 줄어든 건 2023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2월부터 4월까지 가계대출이 잇따라 감소한 바 있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609조7073억원을 기록해 전월 말(611조6081억원)보다 1조9008억원 줄었다. 반면 신용대출(105조1814억원)은 같은 기간 2129억원 늘었다. 작년 12월 5961억원이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가계대출이 위축되는 건 10·15 대책 등 부동산 규제에 더해 시장 금리와 함께 상승하고 있는 대출 금리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3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50~6.390% 수준으로 지난 16일(연 4.130~6.297%)과 비교해 2주새 하단이 0.12%포인트 높아졌다. 변동 금리도 연 3.820~5.706%로 2주 전(3.760~5.640)보다 하단 기준 0.31%포인트 올랐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는 올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1.8%인데, 올해는 이보다 더 낮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주담대에 별도 관리 목표를 설정하는 방안도 시사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진=연합뉴스)
◇요구불예금 감소→자금조달 비용→단기대출 금리 상승

가계대출이 감소 흐름을 보이는 동시에 새해 들어 거의 한 달 사이 5대 은행에서 빠져 나간 대기 자금은 30조원이 넘었다. 이는 한달 기준 34조원치가 빠진 2023년 1월 이후 최대다. 30일 기준으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43조2634억원으로 전월 말(674조84억원)보다 30조7450억원 줄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코스피에 ‘포모(FOMO)’에 시달리는 투자자들이 여윳돈을 증시로 옮긴 영향으로 분석된다. 요구불예금은 금리는 낮지만 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에 넣어둔 돈을 말한다.

저원가성 자금이 줄면 은행 입장에선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구불예금 등 이자율이 낮은 저원가성 예금이 급감하면, 은행 입장에선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 결국 대출 금리가 오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다만 증시 등으로 이동한 자금은 수익을 실현한 뒤 다시 예금으로 돌아오길 반복하기 때문에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 뉴스